메뉴
brunch
아프면 누구보다 서러운 사람. 그게 엄마였다.
함부로 아플 수도 없는 엄마
by
엄마 북튜버이자 작가 바켄
Apr 8. 2019
아래로
둘째가 8개월 차일 무렵 나는 또 한 번 무너지고 말았다.
둘째는 8개월 차가 되면서 활동이 많아졌고, 잠 잘 때면 자기 움직임에 놀라 자주 깼다.
그 전까진 새벽에 깨는 횟수가 많아야 2~3번에 그치던 것이 5번을 넘어 8번까지 늘어나면서, 나도 잠을 설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1주일을 보낼 무렵 자고 일어났는데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평소처럼 첫째를 등원시키고, 둘째를 케어하고, 집 정리를 하고, 살림을 하는 동안 오후가 되었고 스멀스멀 근육들이 쑤시며 으슬으슬 추워지기 시작했다. 잊을만하면 찾아오는 몸살이란 불청객이 찾아온 것이다.
급한 대로 진통제 한알을 까서 먹었다.
엄마가 아픈 걸 아는지 둘째는 그날따라 더욱 찡찡댔다. 아니. 몸이 아팠기에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그날 새벽에도 둘째는 5번은 깨났고 충분히 자지 못 한덕에 아침부터 내 귀를 따갑게 했다.
몸이 힘드니 둘째의 모든 행동이 버거웠다.
누군가의 도움과 위로, 따스한 어깨 한쪽이 절실했지만, 나눠 줄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없음을 알기에 힘이 스르륵 빠졌다. 외롭고 슬펐다.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는 몸을 질질 끌며, 둘째를 안고 달래고 먹이고 놀아주고 재우기를 반복했다.
아이의 첫 낮잠시간에 드디어 무거운 몸을 포근한 침대에 누일 수 있었다.
언제 잠들었는지 모를 만큼 나는 깊이 잠들었고, 어느덧 둘째는 깨나 찡찡대며 내 옷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아까 먹었던 진통제가 효과가 있는지 열은 나지 않았다. 다행이었다.
일어나야 하는데, 몸은 왜 이리도 천근만근인지 돌덩이처럼 무거워 일어날 수 없었다.
반응 없는 엄마 때문에 둘째는 울기 시작했다. 우는 소리가 내 머리를 찔러댔다. 간신히 무거운 몸을 일으켜 둘째를 안고 달랬다.
다시 한번의 안고 달래고 먹이고 놀아주기를 하다 보니 마지막 재우기만 남았다. 드디어 두 번째 낮잠시간이다. 체력을 쥐어짜며 안고 재우는 데 둘째가 헛구역질을 몇 번하다가 갑자기 분수처럼 토를 뿜었다.
한번, 두 번, 세 번의 분수가 내 옷, 아기 옷, 아기 띠, 거실 바닥에 묻었다. 토사물로 흥건한 집안은 꿉꿉한 냄새가 진동했다. 속상함을 넘어 어이가 없고 실소가 나왔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아픈 날에 꼭 이런 시련을 주시나 싶어 서러웠다. 아파서 쉬고 싶은 마음 그득 하지만, 내 앞에 놓인 현실은 차가웠다. 기력도 없어 화도 나오지 않았다. 이 상황에 화를 낸다고 뭐가 달라질까.
씁쓸하게 웃으며 서둘러 아기를 내려놓고, 내 옷부터 갈아입었다.
몸에서 토 냄새가 진동했다. 마음 같아선 샤워라도 하고 싶었지만, 그럴 시간이 어디 있으랴,
어서 옷을 갈아 입고, 아기를 씻길 준비를 했다. 내려놓자마자 둘째는 울어댄다. 뭐라고 소리치기엔 기운도 없다. 엄마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어떡하냐며 울려면 울라고 아이를 본체만체했다.
서둘러 씻길 준비를 마치고 아기의 옷을 벗겼다.
우두둑 떨어지고, 흐르는 토사물들……
이걸 또 언제 치우나 까마득하기만 했다. 다행 중에 다행인 건 달래지지 않을 거 같던 둘째가 아기 욕조에 들어가자 기분이 좋아졌다. 힘들지 않게 몸에 묻은 이물질들을 씻겨주고, 머리도 감겼다.
물놀이하느라 정신없는 둘째를 잠시 두고, 토사물이 그득 묻어 있는 옷들을 가져와 빨기 시작했다.
거실에 흘린 토도 닦은 후 둘째를 마저 씻기고 옷을 입히고 다시 재울 준비를 했다.
숨 가쁜 시간 속에서 내 몸은 끌려가듯 질질 끌려갔다.
힘겹게 재운 아기 옆에 눕고 싶지만, 여분이 없는 분유병을 마저 씻고 나서야 털썩 침대에 누웠다.
몸살이 다시 올랑 말랑 하는 아슬한 상태의 몸은 드디어 잠시 쉴 수 있었다.
까마득하기만 했던 하루가 저물고 신랑이 집에 왔다. 도망치듯 두 아이를 맡기고 잠시 누웠다.
몸은 여전히 여기저기 쑤시며 욱씬댔고, 없던 두통까지 오기 시작했다.
30분은 잤을까. 거실에서 쩌렁쩌렁 우는 둘째를 달래지 못해 신랑은 옴짝달싹 못하고 있었다.
엄마를 알아보기 시작한 둘째는 엄마가 아니면 잠들지 못했다. 나는 다시 둘째를 재워야 한다. 이 몸으로 감당할 수 있을까 싶지만, 대신해줄 수
있는
이는 없고, 내가 해야만 한다.
오늘 새벽엔 또 얼마나 깨서 나를 괴롭힐지 겁도 났다. 두려운 새벽 시간은 찾아왔고, 둘째는 역시나 5번을 깼다. 5번이나 일어나 안고 재우는 일은 아픈 몸으로는 고역이었다.
죽는 게 이보다 나을까라는 생각까지 들며 내 신세가 처량했다.
아프다고 쉴 수도 없고, 아픔을 인내하며 아기를 케어해야 하는 나의 모습은 노예 같았다.
안고 재우기를 5번을 할 때쯤 밖은 밝아지고 있었다.
또 하루의 시작……
온전하지 않은 몸뚱이로 오늘은 또 어찌 버틸까부터 걱정하는 나.
빠져나갈 구멍 하나 없는 어두운 상자에 떨어져 누구 하나 줍지 않는 쓰레기 더미가 된 듯한 처지.
아프면 누구보다 서러운 엄마. 함부로 아플 수도 없어 누구보다 서러움에도 이 또한 지나가길 작은 두 손을 모아 바랄 뿐인 사람.
그게 엄마였다.
keyword
엄마
몸살
육아
5
댓글
2
댓글
2
댓글 더보기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엄마 북튜버이자 작가 바켄
직업
출간작가
팬데믹? 엄마니까 버텨봅니다!
저자
나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읽고 쓰며, 내 글이 누군가에게 위로와 공감이 되길 바라는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팔로워
237
제안하기
팔로우
작가의 이전글
오늘도 아이보다 먼저 잠들어버렸다
엄마를 절실하게 찾는 순간은 언젠가 끝이 나고야 만다
작가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