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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절실하게 찾는 순간은 언젠가 끝이 나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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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북튜버이자 작가 바켄
Apr 3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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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중하고 각별해진다.
내 품에 안겨 쌔근쌔근 자던 너.
작디작은 몸으로 보행기를 타고 엄마 뒤를 졸졸졸 따라다니던 너.
살림하느라 바쁜 엄마에게 눈길 한번 달라고 바지를 잡아당기던 너.
엄마와 눈이라도 마주치면 방긋 웃음을 만개하던 너.
밥 먹을 때, 목욕시킬 때, 밖에 나갈 때, 옷을 입힐 때 언제고 엄마 손길을 필요로 하던 너.
피곤할 때는 졸졸졸 따라붙는 네가
귀찮고 괴로웠지만
이 시간이 언제까지 이어질까.
네가 6살이 될 무렵에는 소꿉놀이를 하다 말고 같이 놀자며 엄마를 부르고, 어린이집에서 나올 때면 엄마를 부르며 함박웃음을 지은 채 달려오고, 어디 나갈 때면 엄마 손을 꼬옥 잡았지.
엄마로서 재미도 없는 놀이를 하는 건 고역일 때도 있었고, 하원 후 너와의 시간을 어찌 보내나 막막할 때도 많았다. 너와 손 잡을 때면 땀이 차서 놓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엄마와 함께 놀고, 엄마라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웃어주는 너의 모습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아이와의 거리가 벌어진다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듣는다.
지인의 딸은 초등학교 4학년이 되면서 엄마보다 친구와 많은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고 한다.
주말이면 친구들과 약속이 있다며 부리나케 나가 저녁이 돼서야 들어온단다. 그런 딸이 편할 때도 있지만,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도 친구를 먼저 찾는 딸의 모습이 서운할 때도 있다고.
아이들은 클수록 부모보단 친구에게 시간의 무게를 옮겨갈 것이고, 엄마가 알지 못하는 자식의 시간과 추억들은 두터워진다. 사춘기에는 부모의 생각이 낡고 구질구질하다고 여기다 부모와 팽팽하게 대립하면서 틈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나 역시도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집보다 친구와 있는 시간이 즐거웠고 엄마보다는 친구가 우선이었다.
나와 잘 통하고 서로의 고민과 비밀도 함께 나누며, 같은 시간, 같은 공간, 같은 생각을 가진 친구들이 세상에서 제일 소중했다.
친구들과 사이가 단단해질수록 잔소리만 하는 엄마는 내 마음도 모른다며 입을 삐쭉 내밀기 일쑤였다. 점점 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이 불편해졌고, 둘 사이에 침묵도 잦아졌다.
엄마는 그저 자식 뒷바라지를 하는 사람이라고 여길뿐,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아버렸던 철부지 시절의 나.
그땐 왜 몰랐을까.
친구란 바람과도 같아서 잠시 머물다 스쳐 지나갈 수도 있는 존재라는 걸.
내가 클수록 주위 환경은 변했고 주위 사람들도 달라졌다. 둘도 없던 친구들과도 데면데면해졌다.
그런 순간에도 엄마라는 존재는 항상 내 옆에, 내편으로, 나를 먼저 생각하며 그 자리에 그대로 서있었다.
엄마를 졸졸졸 따라다니며 엄마의 손길과 도움을 전적으로 의지했던 어린 시절부터 엄마를 외면했던 시절에도 내 옆엔 항상 엄마라는 버팀목이 있었다는 걸 진즉에 깨닫지 못했을까.
엄마가 되고 나서야 너무나도 뒤늦게 깨닫고 말았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두 녀석들을 바라본다.
못하던 일들을 하나하나 스스로 할 때면 기쁘면서도 명치에 묵직한 것이 걸린 듯 쓰리다.
자식에게로 향하는 나의 손길이 줄어들수록, 자식은 혼자 살아가는 법을 조금씩 배워나가는 거니까. 부모의 품에서 세상으로 한 발짝 한 발짝 걸어 나가는 너의 몸짓은 분주하기만 하다.
우리 사이는 어떻게 변화되어갈까.
풍경이 변하듯 너도, 나도, 우리 관계도 변화되겠지.
너에게도 부모가 전부인 시기는 빠르게 흘러갈 것이고, 부모 곁을 떠나는 날은 오고야 말 것이다.
나 역시도 그렇게 성장했으니까.
서로 바빠 안부 묻기도 힘들어질 테고, 가족이지만 한번 만나기가 그렇게나 힘들어 질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우리 부모가,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가 자식들을 만나는 날을 목 빠지게 기다리듯이. 나도 나이가 들면 아이들과 함께할
시간을 두근거리며 기다리게 될 것이다.
서로 자주 만나지 못하기에 한번 만나면 반찬 하나라도 더 나눠주려는 부모의 마음을 이제야 알게 되었고, 나도 너희들에게 같은 행동을 하게 되리란 걸 예감한다.
그런 걸 생각하면 어린 너희들을 키우는 시간이 힘들고, 외롭고, 속상하더라도 나만을 온전히 기대고 바라보는 너희와 함께인 순간들
이 소중하고 각별해진다.
그렇기에
빠르게 커가는 두 아이와 웃고 울며 함께 하는 모든 시간들이 구물구물 흘러가기를 바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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