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어느새 자라 카네이션을 선물한다


어린이집에서 나온 세연이의 눈과 입은 방글방글. 두 손에는 작은 화분 하나가 안겨 있었다.

활짝 핀 연분홍색 카네이션과 푸릇푸릇한 잎사귀가 일회용 컵에 수줍게 꽂혀 있었다.

아이에게서 조그마한 카네이션 화분을 건네받은 나는 얼마 만에 받아보는 꽃 선물인지 받는 손이 엉거주춤했다. 고개를 숙여 컵을 보니 하트 스티커가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오밀조밀한 작은 손으로 숨소리를 낮춘 채 꽃을 꽂고 스티커도 붙였을 아이를 생각하니 목에 묵직한 것이 걸린 것 같고 가슴이 쓰렸다.

아이는 컵에 붙어있던 스티커를 떼어 아빠 손에 하나, 엄마손에 하나씩 붙여주었다.

아이는 말했다. "사랑하니까 붙여주는 거야."



카네이션 화분을 도로 가져간 세연이는 내려놓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내려놓으라고 말해도, 잘못해서 화분이 엎어지면 꽃이 다치게 된다고 고개를 저으며 화분을 더욱 꼬옥 감싸 안았다. 이어서 엄마 아빠 사랑해서 만든 꽃이 아프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아이는 언제 이렇게 자란 걸까.

크고, 단단하고, 따스하고도 눈부신 사랑을 주는 법을 대체 어디서 배운 걸까.

아이를 통해 앞으로 더 많은 시간, 더 많은 사랑을 받으며, 선명한 감동을 수 없이 느끼게 되리란 생각에 벅차오르는 가슴을 억제할 수 없었다.



그동안 아이를 키우며 힘들고 외로웠던 하루하루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시간마다 일어나 안고 재웠던 날, 아픈 몸을 이끌고 아이를 돌보던 날, 허겁지겁 밥을 말아먹던 날, 청소하고 뒤돌면 어지르는 너와 실랑이하던 날, 길가다 땅바닥에 누워 떼 부리던 날, 아이가 5일 동안 열이 떨어지지 않아 병원에 입원했던 날, 감기약 먹이려고 싸우던 날,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벼르던 날, 졸려서 잠투정하던 날, 밥 먹다 국을 엎지르던 날, 일어날 때, 놀 때, 밥 먹을 때 모든 순간 숨죽이며 아이의 눈치를 보고, 비위를 맞추고 화를 삼켰던 수많은 날들이 기억났다.



그럼에도 형용할 수 없고, 겪어본 적 없는 사랑을. 여태 알지 못했던 찬란하고 눈부신 행복을. 아이로 인해 마음에 가득 채우며 엄마들은 살아간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슬픈 날들은 셀 수 없이 지나가겠지만, 행복한 날들이 상처 났던 엄마의 가슴에 새살을 돋게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앞으로도 아이와 줄다리기를 하겠지만, 아픈 순간도, 슬픈 순간도, 고된 순간도, 행복한 순간도 모두 훗날 반짝거리게 될 선물이라 여기며, 나는 오늘도 아이와의 하루를 보낸다.

식탁 앞에 놓인 연분홍 카네이션에서는 짙고도 향긋한 향기가 풍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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