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바란다면 발가락부터 움직여 보자
만족도: ★★★★★
그녀의 모습은 평범한 우리들의 모습과 닮았다.
하고 싶은 것이 무언지도 모른 채 흘러가는 대로 그저 그렇게 지내다가 문득, 생각했던 모습보다 초라하게 지내는 나를 마주하며 슬퍼하는 우리의 모습.
번듯한 직장도, 안식처도, 친구도 없는 불안정한 외톨이.
그녀는 스물아홉이 돼 갈수록 우울해져 갔다.
뚱뚱하고 못생겼고, 불안정한 파견 사원에 하루하루 간신히 입에 풀칠하기 바빴다.
그녀 앞엔 발전도, 희망도 없는 삶이 놓여 있었다.
'대체 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린 거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완전한 패배자가 되어 스물아홉 생일날 편의점에서 사온 싸구려 조각케잌을 앞에 두고 식칼을 손목에 갖다 대며 자해를 하려 했으나, 그녀에겐 죽을 용기조차 없었다.
그렇다면 1년이란 시한부 인생을 스스로 만들어 단 하루만이라도 호화롭게 지낸 후 서른이 되는 날 손톱만큼의 미련도 없이 생을 마감하겠노라 다짐한다.
화려한 카지노에서의 하루를 위해 그녀는 1년 동안 낮에는 파견 사원, 밤에는 긴자 호스티스, 주말에는 누드모델을
하며 돈을 모았다.
D-day가 가까워질수록 그녀에겐 인생의 마법이 일어나고 있었다.
목표가 생기자 계획이 만들어지고, 계획을 현실화시키려다 보니 전에 없던 용기가 나오기 시작하며, 서서히 변해가고 있었던 것이다.
마침내 그날이 다가왔다.
그녀는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스물아홉에서 서른 살로 바뀌는 시점까지 블랙잭에 집중하며 마지막 계획을 위한 피날레를 장식한다.
호텔로 돌아온 그녀는 삶과 죽음이라는 기로에 선다.
분명 1년 전 3평짜리 원룸에서 식칼을 손목에 갖다 대며 자해하던 그녀는 서른이 되면 생을 마감하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러나 지금 앞에 서 있는 사람은 눈을 반짝거리며 살아갈 의지가 다분했다.
서른 살 첫날, 과거의 모습은 죽고, 새로운 생명을 얻으며 새 출발의 신호탄을 솟아 울린다.
지금까지 이야기는 실화다.
무력감으로 몸서리치던 한 인간이 절실한 목표로 변화되어가는 모습은 놀랍다.
살아가는데 삶의 목표가 얼마나 중요하고, 시간이 유한하다는 것을 인식하며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귀중한지 그녀를 통해 알 수 있었다.
내 나이 35.
남은 생은 많아야 50?
50년이란 시간이 길게 보일지라도, 1년이 순식간에 지나고, 자식들이 어느새 성인이 되면, 남은 생은 순식간에 30년으로 줄어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다 자라면 하고 싶은 걸 하며 살겠다고 미루고 미루다 쌓인 20년이란 세월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그때 가서 땅을 치고 후회하리라.
그러니 내게 주어진 순간들을 그냥 흘려보낼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대목이 있다.
"내가 너희들한테 딱 한 가지만 해줄게. 60 넘어서도 자기를 즐겁게 해줄 수 있는 게 뭔지 잘 찾아봐. 그걸 지금부터 슬슬 준비하란 말이야. 내가 왜 이 나이 먹고서도 매일 술을 마시는지 알아? 빈 잔이 너무 허전해서 그래. 빈 잔에 술 말고 다른 재미를 담을 수 있다면 왜 구태여 이 쓴 걸 마시겠어?" - [p.156] -
즐거운 60을 위해 지금부터 행복하게 하는 것을 찾아 준비해야 한다는 말이 귓가에 계속 맴돈다.
은퇴 후 고독하게 지내는 것은 원치 않기에, 하고 싶고, 하려 했고, 즐겁게 하는 것들을 찾으며, 노후가 속빈 강정처럼 되지 않게 준비해나가야 한다.
이 책은 참 희한하다.
분명 에세이인데 소설처럼 읽혀서 순식간에 한 챕터를 읽게 만든다.
읽을수록 변화를 요구하는 자기 계발서보다 백배 낫다고 생각되었다.
"~하세요." "~실천합시다."라고 말하는 책보다, 그녀의 경험으로 나를 돌아보며 변화의 불씨를 얻게 된다고나 할까.
나보다 못나던 그녀도 해냈는데 나라고 못할까라는 심리도 발동하며, 용기도 얻는다.
그녀가 신조처럼 여기며 지키려 했던 한마디로 마무리를 한다.
'기적을 바란다면 발가락부터 움직여 보자.'
[p.20]
적어도 오늘만큼은 안 울려고 했다. 하지만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뜨거운 눈물이 볼 위로 주르륵 타고 내리기 시작했다. '안돼!'라고 생각했지만 이미 늦었다. 그 한 줄기를 시작으로 그동안 억누르고 있던 울음이 한꺼번에 터지기 시작했다. 눈물은 흐르고 또 흘러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텔레비전 속의 연예인들은 박수를 치며 웃고 있었다.
[p.61]
목표가 생기자 계획이 만들어지고, 계획을 현실화시키려다 보니 전에 없던 용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목표의 가치, 삶의 의욕, 의미를 느끼게 해준다)
[p.96]
두려움이란 건 어쩌면 투명한 막에 가려진 일상인지도 모른다. 그 투명 막을 뚫고 들어가기 전까지는 미치도록 무섭지만, 정작 그 안으로 들어가면 여전히 아무렇지도 않은 또 하나의 평범한 세계가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불과 15분 전만 해도 내가 사람들 앞에서 옷을 벗는다는 건 공포 그 자체였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생각해도 놀라우리만치 급속도로 익숙해져 가고 있다.
'하긴, 미술 교과서에서 봤던 서양 누드화 주인공들도 다들 나처럼 풍만했었지.'
[p.122]
"뭐든 그렇겠지만 일류니 고급이니 하는 말은 늘 조심해야 해. 본질을 꿰뚫기가 어려워지거든. 출세니 성공이니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만의 잣대를 갖는 거라고 생각해. 세상은 온통 허울 좋은 포장지로 덮여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자기만의 눈과 잣대만 갖고 있다면, 그 사람은 타인의 평가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키고 비로소 '자기 인생'을 살 수 있을 거야. 그게 살아가는 즐거움 아닐까?"
[p.156]
"내가 너희들한테 딱 한 가지만 해줄게. 60 넘어서도 자기를 즐겁게 해줄 수 있는 게 뭔지 잘 찾아봐. 그걸 지금부터 슬슬 준비하란 말이야. 내가 왜 이 나이 먹고서도 매일 술을 마시는지 알아? 빈 잔이 너무 허전해서 그래. 빈 잔에 술 말고 다른 재미를 담을 수 있다면 왜 구태여 이 쓴 걸 마시겠어?"
(···)
"닥치는 대로 부딪쳐 봐. 무서워서, 안 해본 일이라서 망설이게 되는 그런 일일수록 내가 찾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
[p.168]
평생의 꿈을 가로막는 건 시련이 아니라 안정인 것 같아. 현재의 안정적인 생활을 추구하다 보면 결국 그저 그런 삶으로 끝나겠지.
(안정적인 삶. 나는?)
[p.230]
'해보기 전엔 절대로 알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것. 그리고 '사람은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것도 그때 알았다.
[p.233]
나는 나 자신에게 '라스베이거스에서 아낌없이 불태우고 죽으리라'는 주문을 걸었고, 매일매일 디데이를 향해 카운트다운을 가동했다. 그리고 그 마법은 통했다. 이제 나는 마법을 믿는다.
인생에서의 마법은 '끝이 있다는 것'을 의식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나는 몸으로 깨달았다. 그 사실을 알기 전까지 나는 '끝'을 의식하지 못했고, 그래서 시간을 헛되이 흘려보내기만 했었다. 아무런 비전도 없이 노력은커녕 비관만 하며 그저 되는대로 살았었다.
[p.234]
나는 단 6일을 위해 1년을 살았고, 삶을 끝내기 위해 6일을 불태웠다. 그 끄트머리에서 '20대의 나'는 죽고 30대의 내가 다시 살아났다. 이제부터 맞이하게 될 수많은 '오늘들'은 나에게 늘 선물과도 같을 것이다. 나는 죽는 순간까지 '내일'이란 말을 쓰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나의 인생은 천금 같은 오늘의 연속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