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살이 10년째(2)

웃음과 추억이 켜켜이 쌓인 곳

by 금머릿

아이들은 놀이터에서도 놀았지만, 집안에서도 신나게 놀았다. 소꿉놀이, 역할 놀이, 책 읽기, 춤추기, 노래 부르기... 더 이상 아래층을 의식하며 조심할 필요가 없었다. 금상첨화로 위층 이웃이 너그러운 분이셔서, 큰아이 생일파티를 1박 2일로 열어줄 수 있을 정도였다.

우리 집은 아이들이 놀기에 좋다는 이유로, 친구들의 집합소가 되었다. 마음껏 친구를 데리고 와 놀 수 있어 우리 아이들 역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아이가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고, 행복하게 웃으니, 너무도 감사했다. ‘층간소음’이라는 말 자체를 잊을 정도로 마음이 평온해졌다.


그렇게 지낸 지 어느덧 10년. 급하게 도망치듯 들어와 도배만 하고 살기 시작한 집은 어느새 낡음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새 아파트도 아니고, 반짝이는 인테리어도 없지만, 우리 다섯 가족의 울고 웃던 시간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집이다.


집 앞이 배드민턴장이라 탁 트여 있고, 사계절 볕이 잘 드는 곳. 계절별로 나무가 바뀌고, 새들이 창가에 날아들어 자연관찰책이 따로 필요 없던 집.


날씨가 좋으면, 이웃들이 친구나 가족별로 나와 배드민턴 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소복이 쌓인 눈밭에서 신나게 뛰어노는 이웃집 강아지를 구경할 수 있다. 산책하다 나무에 달린 꽃이나 열매를 관찰하는 할머니의 모습을 볼 수가 있고, 가끔 인근 어린이집에서 산책 나온 꼬맹이들의 재잘거리는 모습도 볼 수가 있다.

우리 역시 마음만 먹으면 후딱 계단을 뛰어 내려가 배드민턴이며 줄넘기를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 집은 이처럼, 삭막하다는 아파트 단지에 살면서도 함께 살아감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따스한 장소였다.

하지만 이제 이 집도 군데군데 손 볼 곳이 많아졌다. 막내가 중학생이 되었으니, 더 이상 층간소음을 걱정하며 1층에 살 이유가 없어졌다.

이제는 깨끗한 새집으로 이사 가는 게 어떻겠냐며 가끔 남편과 이야기한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어느 가정을 위해서 이 1층을 내주어야 하지 않겠냐는 이야기도 웃으며 나누곤 한다. 그런데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도 적극적으로 이사 준비를 하지는 않는다.


아이들의 성장과 발달의 추억이 가득 묻어 있는 집, 다섯 가족의 울음과 웃음이 켜켜이 새겨진 집. 이 집을 막상 떠날 생각을 하면 서운함이 먼저 밀려온다.


어쩐지 요즘은 집도, 나도 함께 늙어가는 느낌이 든다. 얼마 전, 건강검진에서 작년에는 없던 작은 혹들이 발견되었고, 과지방 판정도 처음 받았다. 이제는 관리와 관찰이 필요하다고 한다.

무엇이든 시간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 집은 낡아가고 몸도 변한다. 그렇다 해도 이곳에 어린 우리 가족의 추억만큼은 그 색이 바래지 않기를. 글을 쓰는 동안에도 그 바람이 온 가슴을 채운다.

우리가 이 집에 얼마나 더 오래 거주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앞으로도 이곳에서 더 많은 웃음과 환호의 역사가 쌓이기를 바란다.

아이들은 언젠가 이곳을 추억하겠지. 마음껏 웃고, 마음껏 뛰놀던 집. 언제고 다시 돌아가고 싶은 향수가 어린 집. 그 기억 속에 우리 부부가 웃으며 존재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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