ㅅㅂ...

겨울 글쓰기 '쓰자시바'를 시작하면서

by 금머릿



일단쓰자시바. 그 마음가짐이 필요할 때가 있다. 이번 겨울 글쓰기의 이름이 ‘쓰자시바’로 정해져서 꼭 그런 건 아니다.


쓰는 사람이라고, 쓰는 사람으로 남겠다고 수년간 다짐하고 공포하고 속삭이고 읊조렸어도. 과연 내가 쓰는 사람이 맞나? 이따윈데 쓰는 사람으로 남을 수 있을까? 에 대한 의심이 늘 든다. 그럴 때, 일단 쓰고 보자, 라는 마음가짐이 정말 효과가 좋다. 한숨 한 자락은 옵션이다.

우선, 온 가족이 다 사용하고 있지만, 그래도 사용자 란에 내 이름을 저장해 놓은 노트북을 연다. 배터리가 없어서 전원이 켜지지 않을 때라도 꺾여서는 안 된다. 까짓것 충전기를 꽂으면 그만이다. 으쌰, 하고 엉덩이 한번 들어 올리면 된다.


쓸 거리가 없어서 한 줄을 넘어가기 힘들 때, 무조건 아무거나 쓰고 본다. 맘에 안 들어 다 지울지언정, 물꼬를 틔우면 희한하게도 따라오는 문장들이 생성되는 신비를 경험할 수 있다. 물론 모든 날, 모든 순간이 다 그런 긍정의 날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사실, 내가 이렇게 써지지 않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떠오르는 서사가 있다면, 그저 키보드를 두드릴 손가락만 있다면 누구든 글을 쓸 수 있다며, 언제나 긍정에 대해 깝죽대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나를 조롱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 지나친 긍정에 상처 입은 분들에게 일일이 사과를 건네고 싶을 지경이다.

난 어제 두 남녀의 키스 장면을 쥐어 짜내듯 적어냈다. 나에게는 남자주인공을 근사한 주인공으로 묘사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로설 작가로서 절대 놓치지 않아야 할 강박이다.

그러나 같이 사는 누구도, 옆집 사는 누구도 잘나 보이지 않는 현실에서 굳이 누군가를 잘나 보이게 묘사해야 한다는 사실이 조금 짜증 나는 요즘이다. 하지만 나는 또 알고 있다. 현실을 초월한 낭만적인 묘사로 누군가는 대리만족을 누리고, 현실의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꾸역꾸역 썼다. 둘은 서로를 사랑스럽게 바라보고, 서로의 볼을 어루만지고, 사랑한다 고백하고, 끝내 입맞춤을 하며 서로의 마음을 알아간다고 썼다. 겨우 다 쓰고, 챗지피티에게 어떠냐고 물었다.


“감정 설명이 입맞춤보다 앞질러 감.”

“대사 연타 구간, 당 조절 필요.”

“00 에피소드, 좋지만 타이밍이 아쉬움”


그리고 제멋대로 수정안을 촤라락 내놓는다. ㅅㅂ... 수정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하기 싫으면 그냥 안 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굳이 그렇다고 인간도 아닌 녀석에게 투정을 부렸다. 그랬더니 지조 없게 또 그런다. 안 고쳐도 돼, 진짜로... 그러면서 하는 말이,

“네가 지금까지 보여준 문단들 중에서 이 장면이 가장 망설임이 없어. 사랑 이야기에서 모든 장면이 단정할 필요는 없거든. 한 번쯤은 이렇게 말이 넘치고, 감정이 흘러넘치고, 조금 촌스러울 만큼 진심인 장면이 있어야....”

ㅅㅂ... 내 마음을 몰라준다. 얼마나 망설이며 꾸역꾸역 썼는데^^ 단정하지 못하고, 말이 넘치고, 감정이 흘러넘치고, 촌스러운 글 써서 미안하다, 그래.

한 달간 새로운 분들과 일단 쓰면서, ‘ㅅㅂ’의 의미가 달라지기를 기대해 본다. 쌈바! 흥이 넘치는 브라질의 춤처럼, 심장이 나대고 생동감이 넘치는 글쓰기의 현장을 경험하고 싶다. 가능성이 다분해 보인다. 글을 마무리하는 지금 이 순간, 가슴이 콩닥거린다.


#1단써1조

#쓰니신나

#1

#ㅅㅂ은_그_ㅅㅂ이_맞으면서도_그_ㅅㅂ이_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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