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사랑만 있으면 되는 걸까?(1)

결혼 준비의 가혹한 현실(1)

by 금머릿

그는 서울, 나는 부산. 연애 햇수 7년. 그중 그의 취업으로 인해 어쩔 수 없는 장거리 연애 1년. 장거리 연애를 하는 동안 너무 많은 시간과 비용과 체력과 감정이 소모됐다. 그래서 우리는 결정했다. 돈을 모아 모든 것을 갖추고 결혼하자는 계획을 버리고 그냥 내년 봄에 결혼하자고.


연애 기간이 길었고, 둘 다 사회인이 되었고, 떨어져 있는 기간이 더 길어지면 안 된다는 어른들의 염려까지. 여러 가지 정황상 결혼의 당위성은 충분했다.


그러나 경제적인 문제가 우리 앞에 떡하니 버티고 있었다. 취업을 해서 월급쟁이가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학자금대출을 갚는 중이었다. 코스모스 졸업을 하고 알바나 뛰었던 나는 모아 놓은 돈이 거의 없었다.


게다가 둘 다 넉넉지 않은 가정이어서 부모님께 손을 벌릴 형편도 못되었다. 식장부터 스드메(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메이크업)에 들어가는 비용, 신혼여행 경비와 신혼집 마련 등에 들어갈 비용이 턱없이 부족했다. 이쯤 되면 누군가는 조언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할지도 모른다.


‘그런 상황인데 굳이 결혼이 하고 싶니?’


사랑하는 대상이 있고, 시기도 적절하지만 녹록지 않은 현실 속에서 고민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미리 내다볼 수 없는 미래는 불안하게 자꾸만 이야기한다.


신중해라. 돈이 없으면 행복할 수 없다. 좀 더 자리를 잡은 다음에 결혼해도 늦지 않다. 적어도 전세금은 마련하고 결혼해야 하는 것 아니냐?...


어쩌면 그 누군가의 조언이, 또는 마음의 소리가 우리를 불행의 세계로 들어서지 않도록 막아주는 친절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아끼고 아껴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을 카드빚으로 해결한 당시 나의 마음은 여러모로 착잡했다. 우리의 아름다울 것만 같았던 시작이 빚더미라니!


우리는 당시 정부의 시책에 따라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하는 전세대출을 받기 위해 결혼식에 앞서 3개월이나 먼저 혼인신고를 해야 했다. 이렇게 겨우 마련한 신혼집은 9.9평의 투룸. 최소한의 세간.


처음 신혼집에 들어선 나는 나도 모르게 핑 도는 눈물을 삼켜야 했다. 정들었던 가족과 친구들을 뒤로하고, 남편 하나만 보고 올라온 곳은 너무도 낯설었고 추웠고 초라했다.


'사랑하니까 괜찮아.'


무수히 내 마음을 도닥여야 했다. 그러나 사랑이라는 최고 가치를 앞에 두고서도 우리는 사랑스럽지 못한 서로의 모습을 보아야 했다. 부모님을 원망하기도 했고, 서로를 비난하기도 했으며, 다른 커플들과 비교하며 좌절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현실이었다. 사랑만 있으면 결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우리의 순수는 가혹한 현실 앞에서 여기저기 생채기가 나고 말았다. 순수는 무슨. 누군가의 시선에서는 우리 두 사람이 현실감각 제로인 순진하기 그지없는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2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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