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힘든 게 아니었네(2)

흔하디흔한 출산 여정기

by 금머릿

그러나 나는 낭떠러지에서 떨어진 사람처럼 휠체어에 몸을 실어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곧 보게 될 거라는 아기는 좀처럼 나오지 못했고, 무통 주사의 효력은 다한 데다가 태아의 심박수가 200을 치닫기 시작했다. 열을 재던 간호사가 당황하기 시작했고, 결국 제왕절개 수술이 잡혔다.


나는 진심 눈물이 났다. 지금껏 고생한 건 다 뭐란 말인가. 결국 수술이라면 진통의 과정은 왜 겪어야 했단 말인가. 수술을 거부하고 싶었다. 아기를 만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고통이라면 조금 더 참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눈물을 질질 짜며 고개를 흔드는 나를 남편은 간절하게 바라보았다. 여기까지 하자. 아기가 위험하다잖아. 너도 위험하다잖아. 나도 나지만 아기가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 버틴다고 버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나는 만신창이가 된 몸을 차가운 수술대 위로 올려야만 했다.


수술이 끝나고 정신 차려 보니 아기의 머리 한쪽이 크게 부풀어 있는 것이 보였다. 아기의 머리 안쪽 혈관이 터졌다고 했다. 피가 나서 고여 있느라 머리가 부어있다는 설명에 눈물이 핑 돌았다.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흡수되고 괜찮을 거라는 말을 들었지만, 순풍, 하고 밀어주지 못한 마음에 너무 미안했다.


게다가 뒤늦게 들은 이야기지만, 안에서 태변을 누고 그 태변이 입안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아기는 밖으로 나오자마자 위세척을 해야 했단다. 수술이 조금만 더 늦었어도 아기의 생명을 보장하지 못했을 거라고...


한 것 없이 수술 동의서에 사인만 한 남편이 얄미웠는데, 그의 이른 결정이 아기를 살린 거였다.


나만 힘든 게 아니었다. 남편도 힘들었다. 그리고 아기도 힘들었다. 나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 태변을 누고, 그 태변이 입 안으로 들어가고, 산도에 눌려 머리가 부었다.


험난한 출산의 여정은 나의 외로운 여정이 아니었고, 남편과 아기와 함께 헤쳐 나온 거였다. 포기하지 않고 함께 생명을 지켜냈다는 생각에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동이 온 가슴을 덮었다.


험준한 산 정상에 올랐을 때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이와 같을까. 인생 어느 때쯤의 대단한 목표를 달성했을 때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언제 고생했냐는 듯 입을 헤 벌리고 잠든 아기를 보면서 ‘생명의 경이로움이란 이런 것일까’하고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나는 아기 때의 모습과 겹쳐 보였던 아들의 머리카락을 정수리에서 한번 흩트렸다. 짜증 어린 눈길로 나를 노려보는 아이에게 눈으로 얘기했다. 고마워, 잘 자라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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