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반지 팔게요(1)

드디어 찾은 육아법, 책

by 금머릿

"결혼반지 팔게요."


그 한 마디에 극과 극으로 반응하는 두 사람이 있었다. 한 명은 그림 동화책 방문 판매원, 또 한 명은 남편.


바야흐로 첫 아이가 돌이 되기 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고심하지 않은 답변은 아니었다. 나름 결혼반지에 대한 로망도 남달랐고, 반지에 담긴 의미도 모르지 않아서 쉽게 뱉은 말은 아니었다.(결코 다이아몬드가 박히지 않은 것이어서가 아니었다)


‘못 말리는 팔랑귀, 또 사고 치네, 어휴....’


전화선 너머에서 들려오는 남편의 한숨. 그 속에 담긴 의미도 알았다. 그럼에도 나는 순간적으로 확신에 차 있었다.


“너무 멋진 결정이야. 결혼반지 그거 갖고 있어 봤자 별 쓸모도 없어. 아기 키울 때 끼지도 못해. 잘 활용해서 아기한테 큰 선물 주면 그게 가장 값진 일이지. 잘 생각했어.”


폭풍 칭찬을 해대는 방문 판매원의 굳건한 시선이 내 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아기와 단둘이 하루 종일 무얼 하며 보낼지 막막하던 시절이었다. 대부분의 엄마들이 그러하겠지만, 아기가 태어난 후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내 삶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아기가 잘 때 함께 자고, 아기가 먹을 때 함께 먹고, 아기가 놀 때 함께 놀아야 하는 육아의 나날은 육아 이전의 내 삶을 그야말로 송두리째 포기해야 가능한 것이었다.


나는 책을 좋아했다. 특히, 만화책을 좋아했다. 누군가의 삶을 엿본다는 측면에서, 누군가의 삶을 간접적으로 살아본다는 차원에서, 새로운 지식이 마구 쌓인다는 점에서, 주인공을 통해 어떠한 대리 만족을 누릴 수 있다는 부분에서 독서는 ‘세상 짜릿한 일’이다.


특히, 그림이 있어서 장면이 구체화 되어 있는 만화책은 날밤을 까도 까도 달콤하기만 한 것이었다. 아기가 뱃속에 있을 때만 해도 나의 만화책 사랑은 지속될 수 있었다.


하지만 아기가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만화책뿐만 아니라, 내 개인 독서의 시간은 바닷물이 쓸고 간 모래성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그것을 고수할 만큼 나는 이기적이지도, 무책임하지도 않았다.


독서 시간뿐만이 아니었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시간, 친구를 만나는 시간, 여행을 가는 시간, 하물며 나의 최애 시간인 글을 쓰는 시간마저도 포기해야 했다.


왜냐하면 나는 나만 책임지면 되는 단신이 아니라 아기를 책임져야 하는 ‘엄마’이니까. 그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를 억누르며 지내던 어느 날 그분을 만난 거였다. 내 마음을 휘어잡는 언변을 가진 판매원 아주머니. 그분이 우리 집으로 들어서자, 지루했던 아기와의 시간에 신선한 바람이 불어왔다.


아기를 서넛은 거뜬히 키워냈을 것 같은 베테랑의 분위기가 넘쳐흘렀다. 아기 역시 낯선 이의 방문이 반가웠는지 연신 잼재미, 도리도리와 같은 개인기를 대방출했다. 무엇보다도 아주머니가 소개해 준 동화책들은...


반짝반짝 빛이 나서 눈이 부실 정도로 경이로운 신세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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