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찾은 육아법, 책!
결혼반지를, 그 의미를 모르지 않으면서 선뜻 꺼내오게 된 것은 아기와 함께 독서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았기 때문이다.
아주머니가 추천한 자연 관찰책부터 생활 동화, 읽기 동화들은 신나는 내용은 물론, 재미있는 놀이로 가득 차 있었다. 이제 하루 종일 아기와 단둘이 있어도 지루할 틈이 없을 것 같았다.
반지를 팔아서 동화책 전집을 지를 거라는 나의 전화에 남편은 많이 당황했다. 그가 결혼반지만은 손대지 말 것을 부탁하는 바람에 잠시 거래가 멈추었다.
반지를 팔아서라도 전집을 사고 싶어 하는 내 마음을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안 남편은 회사 업무 중에 폭풍 검색을 해야 했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나에게 전집 가격에 대한 정보는 앞에 무거운 엉덩이를 붙이고 앉은 아주머니의 입에서 나오는 게 전부였다.
그런데 전화선 너머의 남편에게서 들려온 가격은 아주머니에게서 허탈한 웃음을 흘리게 만들었다. 아주머니는 남편이 제시한 금액에(처음 제시한 금액의 딱 절반이었다) 백기를 들었다.
판매원의 언변을 뛰어넘는 남편의 정보력 덕분에 저렴하게 원하는 모든 책을 사들일 수 있었다. 나는 은근슬쩍 반지를 주머니에 집어 넣었다.
반지도 지키고 원하는 그림책도 원 없이 가지게 되었다. 그날의 행복감이 지금도 느껴지는 것만 같다. 드디어 찾은 육아법, 책. 거실 한쪽 벽면을 알록달록하게 채웠던 책장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육아가 무엇인지 조금씩 감을 잡게 된 기회였다.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와 같은 생존을 위한 돌봄뿐만 아니라, 아기에게는 질 높은 놀이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은 아기에게 신나는 하루를 선사할 뿐만 아니라, 아기와 눈높이를 맞추어 새롭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엄마에게도 신나는 시간이 될 수밖에 없다.
가끔 나는 그때 아슬아슬하게 사수했던 결혼반지를 떠올린다. 속상하게도 이사를 하는 도중 분실하게 되었지만, 소중한 의미를 가진 반지를 팔아먹지 않은 것에는 후회가 없다.
반지는 잃어버렸지만 알록달록한 책들은 아직도 책장 여러 곳에 가지런히 꽂혀 있다. 너무 아기아기한 책들은 주변 동생들에게 물려주었지만, 여전히 책장에 남아 있는 책들은 가끔 세 아이의 손길이 닿고 있다.
셋째를 낳을 계획은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셋째까지 원 없이 읽을 수 있었으니, 정말 남는 장사가 아닐 수 없다.
물끄러미 시선을 돌려 책장을 보았다. 다섯 가족의 손때와 추억을 잔뜩 묻힌 동화책들이 나를 보고 웃는 것 같아 나도 슬며시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