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기형이라고요?(1)

두려움 끝에서 만난 기적

by 금머릿

“아무래도 아이를 지우는 게 낫겠다.”


전화선 너머에서 들려온 말에 눈물부터 흘렀다. 남편의 부재 속에서 억척같이 다섯 남매를 길러낸 친정엄마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올 줄은 정말 몰랐다. 하지만 그 마음을 모르지 않아서 원망할 수도 없었다. 그저 어찌해야 하나, 막막한 마음에 하염없이 눈물만 흘렀다.


둘째 아이를 임신하고 5개월 즈음. 정밀초음파 검사를 받았다. 첫째 때 한번 경험했기에 그 시간이 어떤 시간인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단순히 태아의 심장 박동 소리를 듣고, 머리 둘레와 뼈 길이를 재며, 얼마나 자랐는지 확인하는 게 아니었다.


늘 흑백으로 나오던 초음파 사진이 색깔을 입게 될 것이다. 실루엣만 겨우 알아볼 수 있는 게 아닌, 표정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세밀하게 보게 될 것이다. 그제야 비로소 아빠를 닮았느니, 엄마를 닮았느니 하며 그 오밀조밀함의 신비를 기쁨으로 체득하는 날. 정밀초음파 검사날이란, 나에게 그런 날이었다.


그런데 검사를 진행하는 담당 의사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았다. 봤던 곳을 또 보고, 또 본다. 같은 곳에 반복적으로 초음파 기기가 닿으니 당시 산모였던 나는 그 부위에 아픔을 느낄 정도였다. 왜 다른 부위로 이동하지 않는 걸까? 의아한 마음으로 누운 자세에서 의사의 얼굴을 살폈다.


‘무언가 잘못되었구나.’


표정만으로도 낌새가 느껴졌다. 잔뜩 굳은 얼굴은 한동안 계속 이어졌고, 그것을 바라보던 나의 상상력은 자꾸만 부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부정적인 생각에는 나도 모르는 새 온갖 죄책감이 스며들고 있었다.


아무리 디카페인이라지만 꾸준히 마셨던 커피가 마음에 걸렸다. 첫째 아이에게는 밥을 챙겨 먹이면서도, 정작 내 식사는 빵과 면일 때가 많았다. 입덧이라는 핑계를 댔지만, 가끔 참지 못하고 마신 탄산음료도 떠올랐다.


무엇보다도 둘째가 태어나기 전에 끝내야 한다는 강박으로 무리하게 시작한 첫째의 배변 훈련이 생각났다. 그때 첫째 아이는 겨우 18개월이었다. 일찍 시작한 탓일까. 배변 훈련의 기간은 길었고, 무거운 배를 안고 뒤처리를 하는 시간도 늘어났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참 고된 나날이었다. 행여 그러느라 뱃속에 있는 아기에게 영향이 간 것은 아닌지. 그 염려마저 나를 뒤덮었다.


“큰 병원으로 가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담당의는 국내에서 저명한 소아심장전문의가 있는 병원을 권했고, 소견서를 써주었다. 자꾸만 뛰어대는 심장을 추스르지도 못한 채, 우리 부부는 추천받은 대학병원으로 향해야 했다.


큰 병원에서 검사는 다시 이루어졌다. 제발 동네 산부인과의 오진이기를 마지막까지 바라보았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심장에서 나오는 대동맥의 기형. 정상적인 방향으로 뻗어 나오질 않고 반대 방향으로 튀어나온 탓에 굉장히 위험한 위치 선정이 되었다는 진단이었다.


의사에게는 ‘고지 의무’라는 게 있다. 환자가 자기 몸과 삶을 어떻게 할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의료행위이다. 헌법상 자기결정권, 의료법 제24조, 민법상 불법행위책임, 대법원 판례 등이 의사의 고지 의무를 뒷받침하는 법적 근거다.


법은 잘 모른다손 치더라도, 현재 상태가 어떤 상태이며 어떤 예후가 있을 것인지 자세히 알려주는 게 당연하다는 것은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나는 그때 의무를 다하는 산부인과 교수가 참 원망스러웠다.


태아의 심장에서 나오는 대동맥은 기형이다, 자라면서 그 혈관이 다른 장기를 감싸는 형태로 자라는 경우, 수술이 불가피할 수 있다, 특히 기도를 감싸버리면 태어나자마자 사망할 가능성이 있다, 뇌로 흘러가는 혈관을 감싸는 경우, 혈류 방해로 장애를 가지고 태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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