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기형이라고요?(2)

두려움 끝에서 만난 기적

by 금머릿

그 즈음하여 친정엄마와 친정 가족들의 매몰찬 이야기가 들리게 된 것이다. 차라리 죽으면 슬프고 말 일이지만, 행여 장애를 안고 태어난 아이를 과연 너희가 감당할 수 있겠냐는 거다.


물론 이따금 만나는 훌륭한 장애아 부모들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주변에 있는 대부분의 장애아 부모들이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 고통은 너희 부부뿐만 아니라 첫째에게도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그러니 지우는 게 답이 아니겠냐는 말.


지금 다시 생각하고, 글로 표현하는 이 순간에도 너무도 두렵고 떨리는 일이었다. 그 살벌한 가능성 중에 유일하게 희망적인 것은 ‘혈관의 방향이 이 모양 그대로 자라서 아무런 문제 없이 살아갈 수도 있다’는 거였다.


우리는 선택해야 했다. 아이를 지울 건지, 이대로 낳아서 기를 건지. 결정하기 위해 대화를 나눌 때마다 우리는 말을 이어갈 수 없을 만큼 울어야 했다. 아무리 고민하고, 대화하고, 생각해도 아이를 포기하는 쪽으로 마음이 조금도 기울지 않았다. 아이는 이미 우리에게 너무도 소중한 존재로 찾아왔고, 우리가 함부로 생명을 운운할 수 없는 고귀한 영혼이었다.


“우리 아이 낳자.”


남편의 결심에 나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 짧은 결심 안에는 무수한 의미가 담겨 있었다. 생명이 떠난다 해도,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다고 해도, 주신 고난인 줄 알고 피하지 말자는 의미. 그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삶이라면, 어디 한번 살아내 보자는 의미. 잘 헤쳐나갈 자신이 있어서라기보다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 생명을 위한 ‘의미 부여’였다.


그때부터 아이의 산전 검사는 늘 대학병원에서 이루어졌다. 너무 감사하게도 아이의 대동맥은 그 형태를 유지했고, 언제나 원활하게 잘 흘러 주었다.


국내에 몇 안 되는 희귀한 케이스이기에 교수는 초음파 진료 시 학생들을 동석시켜도 되냐고 물었다고 한다. 남편에게 물었고, 남편이 승낙한 일에 영문을 모른 내가 당황하는 일이 있기는 했지만, 중요하지 않았다.


“굳이 여기에서 출산할 필요 없겠어요.”


두어 달 지켜본 결과, 크게 위험한 상황은 없을 거라고 했다. 굳이 대학 병원에서 출산할 필요도 없을 만큼. 우리는 기쁜 마음으로 원래 다니던 동네 산부인과로 돌아왔다.


예정일보다 2주 빠른 수술 날짜를 잡았음에도, 그보다 2주나 더 빨리 태어난 우리 집 둘째 아가. 36주 만에 진통이 있었고, 아이는 미숙아로 태어났다. 그러나 무게가 3킬로였고, 다른 문제가 없었기에 인큐베이터에 들어가지 않아도 됐으니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뱃속에서부터 온갖 이슈를 달고 살았던 아이는, 태어날 때도 엄청난 이슈를 몰고 왔다. 한달이나 빨리 나오려고 하는 바람에 다시금 엄마 아빠를 당황하게 한 것이다. 산후조리를 맡아 주실 외할머니가 올라올 만한 시간적 여유도 주지 않은 채 세상과의 만남을 앞당긴 것이다.


그렇게 어리둥절한 상황에서 아이가 태어난 날은 다름 아닌, 12월 25일. 크리스마스였다. 아기 예수님의 생일과 같은 날에 태어나다니. 포기하지 않기를 얼마나 잘한 것인지. 지금 생각해 보면 감사할 일들만 팝업되어 남는다.


아이는 지금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 때마다 검사를 받으러 가지만, 그때마다 듣게 되는 ‘아무런 문제가 없네요. 잘 크고 있어요.’라는 말. 가끔 아이를 향해 욕심이 날 때도 있다. 키가 좀 더 컸으면, 공부를 좀 더 잘했으면, 좀 더 적극적인 성격이었으면.


그러나 이내 고개를 흔든다. 지금처럼 늘 건강하기를. 그 바람이 모든 욕심을 덮는다. 아이가 이렇게 건강하게 일상을 영위할 수 있는 것. 그것만으로도 정말 기적 같은 일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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