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가기 싫어하는 아이
“오늘 학교 쉴래. 끊을래.”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 며칠 되지 않았을 때, 둘째 아이가 이부자리에서 한 말이었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3월이었고, 따스한 이불 속에서 나오기 싫은 마음이 너무도 이해되던 순간이었다.
유치원 때야 아이의 마음과 상태에 따라 가끔 결석을 허락하기도 했다. 유일하게 다니던 태권도 학원이 힘겨울 때, 잠시 학원을 쉬기도 했다. 아이는 학교도 그럴 수 있는 곳이라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 단순함이 귀여워 웃음이 났다.
“학교는 유치원이 아니야. 아무 때나 빠질 수 있는 데가 아니야.”
그렇게 타이르면서 깨우고 학교를 보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날은 달랐다. 이미 학교생활이 익숙해지고도 남을 5학년. 학교 가기 싫은 마음이야 언제든 들 수 있는 거지만, 마음이 그렇다고 그냥 쉽게 결석해도 된다는 게 나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다.
“어서 옷 입어. 세수해. 아니, 얘가 왜 이렇게 굼떠? 이러다 정말 지각하겠네.”
혼자서 애가 타서 발을 동동 구르며 억지로 아이의 등교 준비를 마쳤다. 학교는 기분에 따라 안 가도 되는 곳이 아니라는 끝없는 설명을 아이에게 쏟아부었다. 그렇게 겨우 준비를 마치고 문 앞에 섰을 때. 아이의 발이 바닥에 딱 붙어서 떨어지질 않았다. 화가 치민 나는 아이를 억지로 문밖으로 밀어냈다.
“제발, 엄마 눈앞에서 사라져. 밖으로 나가버리라고!”
우선 집 밖을 나서면, 학교로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거 외에 아이가 다른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게 없을 거야, 초등학교 1학년 때 그랬던 것처럼, 이부자리에서 일어나는 게 힘들었지만, 막상 학교에 가면 신나게 뛰어놀며 행복해할 거야.
그런데 9시가 넘은 시각. 우우웅. 휴대폰 진동소리. 담임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어머니, S가 학교에 오질 않았어요.”
순간 숨이 턱하고 막혔다. 머릿속에서는 천둥이 치고, 번개가 번쩍댔다. 커다란 망치가 뒤통수를 때리고, 큰 바위가 가슴을 짓누르는 것만 같았다. 찾아보겠다는 말로 통화를 끝내고, 나는 서둘러 바깥으로 나갔다.
‘대체 얘가 어디로 갔을까?’
아파트 단지 구석구석을 살폈다. 좀처럼 보이지 않는 아이의 모습에 심장은 바쁘게 뛰어댔다. 도무지 아이가 학교 대신 가 있을 만한 곳이 떠오르지 않았다. 관리사무소에 방송을 해 달라고 요청을 해야 하나?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하나?
온갖 생각들이 머릿속에 들어차기 시작했다. 아이를 발견하기까지 약 30분의 시간 동안, 나는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눈물이 핑 돌았다. 바라는 건 하나뿐이었다. 제발, 아무 일 없기를.
“S야!”
아이를 발견한 곳은 태권도 학원 앞이었다. 아파트 입구에 있는 상가. 아이가 날마다 가서 운동하는 곳. 그 앞에서 책가방을 멘 채 아이가 서성이고 있었다. 아이의 손은 가방끈을 연신 만지작거렸다.
차오르는 눈물을 애써 참으며 나는 아이에게 다가갔다. 고개 숙인 아이의 마음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어 답답했다. 이럴 때 현명하고 지혜로운 엄마라면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
“엄마는....”
울음을 꾸욱 누른 목소리에 아이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학교 보내는 거 말고는 다른 방법을 몰라.”
솔직한 심정이었다. 누군가는 홈스쿨링을 하고, 누군가는 학교 밖에서 다양한 길을 찾는다는 걸 알지만, ‘대단하다’라는 감탄뿐. 나에게는 다 자신 없는 일들이었다. 학교 밖에서 아이를 잘 기르는 방법을 나는 정말로 몰랐다. 나는 무능한 엄마였다.
학교라는 교육기관을 통해서 아이가 지식을 습득하고, 사회성을 기르며, 자신의 꿈을 발견하고, 꿈을 향해 나아가는 것. 내가 아는 방법은 오로지 그것뿐이었다.
“혹시 선생님이 어려워? 괴롭히는 친구들이 있어?”
제일 먼저 물어야 할 것들을 나는 그제야 아이에게 묻기 시작했다.
<2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