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 매력의 블랙홀
둘째 아이의 심장은 조금 다르다. 엄밀히 말하자면, 심장에서 나오는 대동맥의 방향이 일반 사람들과 다른 방향으로 뻗어 있다. 하마터면 세상 빛을 못 볼 수도 있던 아이였다.
때마다 검사를 통해, 혈관의 모양과 혈류의 상태를 관찰한다. 그때마다 ‘괜찮다’는 진단, ‘별문제 없을 것 같다’는 의사의 소견을 들어 안심한다. 그러나 말미에 꼭 따라붙는 말에 완전히 마음을 내려놓지 못하게 된다.
“혹시라도 아이가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다거나, 가슴이 아프다는 말을 하면 꼭 병원으로 데리고 오세요.”
안도와 불안의 중간쯤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었을까? 속해 있는 공동체에서 기도 부탁을 하는 것. 그리고 나 역시 간절하게 기도하는 마음을 붙드는 것. 그것 외에는 사실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부모가 자녀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고 느껴지면, 그 막막함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래서 그 순간, 기도가 간절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기도 말고는 해줄 수 없는 엄마는 함께 기도해 주는 이들과의 연대를 소망한다. 그래서 공동체 안에서 아이에 대한 그 소망을 모르는 이가 없을 만큼, 나는 부지런히 기도 부탁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를 담당하는 초등부 교사로부터 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우리 오늘 S 이야기를 듣고, 모두 눈물로 기도했어요.”
눈시울을 붉힌 교사의 말에 가슴이 철렁했다. 아이 때문에 눈물을 지었다니, 이게 무슨 일인가?
“돌아가면서 기도 제목을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수술하지 않게 해주세요.’라고 S가 말했어요.”
전해 듣는 나 역시 울컥하는 마음에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엄마가 늘 불안의 경계에 있다는 것을 아이가 느낀 거였을까? 아홉 살 아이의 입에서 ‘수술’이라는 말이 나왔다는 사실에 나는 너무도 마음이 아팠다.
심장 검사를 하러 갈 때마다 우리 부부는 아이에게 말해 주곤 했다.
“너는 정말 특별한 아이야. 다름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오히려 그 다름으로 더욱 소중한 삶을 살 수 있을 거야. 엄마 아빠는 너를 너무 사랑해. 엄마 아빠가 한순간도 너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해.”
덤덤히 고개를 끄덕이던 아이의 마음에, 어쩌면 수술할 만큼 아프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었던 걸까? 누군가에게 기도해달라고 부탁할 만큼, 아이는 불안했던 걸까?
대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나는 아이와 마주 앉았다. 아이의 불안과 염려를 잠재워줄 필요를 느꼈던 것이다.
“오늘 선생님께 이야기 들었어. 수술하게 될까 봐 걱정됐어?”
최대한 부드러운 어투를 유지했다. 너무 감정에 몰입하지 않기 위해 애쓰며 건넨 말이었다. 아이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엄마가 그걸 어떻게 알았는지 놀란 걸까? 말을 전한 교사에게 불만이 생긴 건 아니겠지? 아이의 마음을 가늠하기 위한 내 마음은 겉모양과 달리 요란하게 파도치고 있었다.
“아~!”
드디어 생각이 났는지 아이가 알겠다는 추임새를 냈다. 이제야 자신이 기도 부탁했던 일이 떠올랐나 보다.
“근데, 이제 괜찮아. 수술 안 해도 된대.”
이번엔 내가 어리둥절했다. 걱정에서 확신으로 넘어오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던 걸까? 아이는 다다다 달려가더니 방에서 무언가를 가지고 나왔다. 아니, 그것은!
“이 책에서 그랬어. 깨끗하게 잘 씻으면 수술 안 해도 된대.”
나는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긴장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며, 가슴속이 환하게 밝아졌다. 아이가 가지고 온 것은 얼마 전, 도서관에서 빌려온 [내 고추는 천연기념물]이라는 책이었다. 초등 저학년을 대상으로 한 동화책으로 일명 ‘포경 수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도서였다.
두 살 많은 형과 함께 진지하게 정독한다 싶었다. 두 아들이 한창 고민에 빠져 있던 나날이었다. 나 역시 예전과 달리, ‘고래잡이’라 불리는 포경 수술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정보를 여기저기서 듣고 있던 때였다.
언젠가 아이들이 다 자라서, 스스로 필요하다 느낄 때, 그때 하면 되는 수술이라고 했다. 그래서 엄마는 그것에 대한 염려를 일찌감치 내려놓았는데, 당사자인 아이는 누군가에게 기도 부탁을 할 만큼 여전히 걱정에 사로잡혀 있었던 모양이다.
“그게 그렇게 걱정이었어?”
“당연하지. 얼마나 무서웠는데.”
나는 빙그레 미소 지었다. 모두가 추측한 대로 심장 관련 걱정이 아니었다. 해맑은 표정으로 공중제비를 도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묵직한 체증이 쑤욱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 들었다.
이 반전 매력에 대해서 교사들에게는 따로 밝히지 않았다. 아, 그게 아니었어요? 하며 웃어줄 그들이겠지만, 그저 그들의 기도와 관심에 감사한 마음을 갖는 것으로 이 일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아이는 잘 자라고 있다. 엄마의 안도와 불안의 경계에 놓인 완전하지 못한 마음 상태에도 불구하고, 건강하게 삶을 살아내고 있다. 두 아들은 스물, 열여덟이 되었지만, 아직 수술하지 않은 상태이다. 청결한 상태를 잘 유지한 덕분이지 않을까.
무엇을 해줄 수 없어 늘 무력감을 느끼는 엄마에게, 장성한 아들들은 언제나 말해 주는 것 같다.
“엄마, 이제는 우리가 알아서 잘할게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