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이런 가을도 있는 거지

주제_이번 주 읽은 글 중에서 인상 깊었던 글과 이유

by 금머릿

“가을은 노란 은행과 국화,

푸른 하늘과 코스모스,

붉은 노을의 향연을

따라가는 여행이다.”


목동지기 님이 정의 내린 가을 이야기를 읽는 순간, 마음 한구석에 담겼다. 그래서 그런가. 연휴를 잘 보내고 올라오는 길에 지나오게 된 시골길에서 그가 말한 가을의 장면들을 목격하고 싶었다.

우리 가족은 경기도 용인에 거주한다. 남편과 나는 부산 출신이다. 남편은 직장 때문에 나보다 1년 먼저 올라왔고, 나는 결혼과 함께 이곳으로 올라왔다. 직장이 서울에 있지만, 서울에 입성하지 않은, 아니 못한 채 우리는 경기도민이 되었다. (남편의 직장이 멀어서 좀 고생이지만, 난 여기가 참 좋다.)

그래서 명절마다 고향에 내려가느라 참 고생을 많이 했다. 끔찍한 교통 체증을 피하기 위해, 모두가 자는 한밤중이나 새벽에 이동했다. 자고 있는 아이들을 깨워서 차에 태워야 할 때가 가장 힘들었다.


게다가 이제는 남편도 한국 나이로 쉰. 새벽 운전이나 9시간 운전을 힘들어 한다. 고속도로 운전을 한 적이 없는 나 때문에 독박 운전을 해야 하는 그를 위해, 우리가 생각해 낸 해결책은 ‘1박 2일에 걸친 이동’이었다.

중간 지점에서 꼭 하룻밤을 묵고 가는 것이다. 내려갈 때 한번, 올라올 때 또 한번. 그래서 일찍부터 묵을 곳을 검색하느라 매우 분주하다. 이제는 아이들의 스케줄까지 맞춰야 하니, 오고 가는 날짜를 정하는 것부터, 숙소를 정하는 것까지 쉽지가 않다. 그러나 체증의 한 중간을 겪지 않기 위해 우리는 악착같이 우리의 공간을 마련하고야 만다.


주로 경상북도 문경 지역을 경유한다. 거의 중간 지점인데다가 숙박업소도 다양하고, 주변에 들를 만한 곳도 제법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적으로 ‘명절은 여행’이라는 공식이 생겨났다. 오고 가는 길에 들르는 곳이 시골이다 보니, 특히 추석은 가을을 만끽하기에 너무 딱이다.


위에서 언급한 목동지기 님의 글은 이곳에서의 가을을 떠올리게 했다. 언제나 높은 건물 대신 노오란 벼가 펼쳐진 논 저 너머로 푸른 하늘이 멋들어지게 뻗어있곤 했기 때문이다. 사과나무와 감나무가 길가에 심긴 그 길 여기저기에는 코스모스가 우아하게 하늘거리곤 했다.


목동지기 님이 글과 함께 올린 사진은 ‘그래, 이게 가을이지!’라는 탄성을 내지르게 할 만큼 예술적으로 가을을 머금고 있었다. 글도 읽었겠다, 작년 가을의 기억도 있겠다, 기대치는 최고조에 달해 있었다.


그러나 아쉬웠다. 연휴 내내 날이 흐렸다. 기대했던 푸른 하늘은 회색 구름에 가려져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잖아, 가을이 이러면 안 되잖아, 흑... 날씨가 서늘해서 다니기에 나쁘지 않았지만, 뻗어있는 푸른 하늘을 보지 못한 아쉬움에 어쩔 수 없이 목동지기 님의 글을 다시 열었다.


친절하게 공유해준 그 사진을 보며, 남은 가을 하늘을 기다려보는 수밖에 없었다. ‘가을 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 없이~’ 애국가 3절에 나오는 가사가 수정되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이러다 가을다운 하늘을 만끽하지도 못하고 성큼 겨울이 다가오는 건 아닌지, 살짝 불안하기도 하다.


오늘 남편과 둘째와 함께 산책길에 올랐다. 오전에 잠깐 비치는 햇살에 ‘드디어 가을다운 날인가!’ 잠깐 설렜지만, 날은 약을 올리기라도 하듯 흐려지고 말았다. 비 올 거라는 예보에 우산을 챙겼지만, 가을에 대한 아쉬움은 여전했다.

“괜찮아. 이런 가을도 있는 거지.”

앞서 걷는 남편과 아들의 뒷모습을 촬영하며, 혼자 나를 달래 보았다. 낙엽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옷소매가 길어지기 시작했다. 무더위 피해서 가능하면 외출을 삼갔는데, 나가자는 말 한마디에 가족이 함께 길을 나설 수 있으니,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거다.

그러나 나는 좀 더 기대해 볼 것이다. 아직 10월은 남았고, 가을다운 가을이 펼쳐질 거라는 것을. 목동지기 님의 사진으로만 만족하고 싶지 않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 푸르고 높은 하늘을 꼭 보고 겨울을 맞고 싶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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