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일 단상
회상
인호는 3층 베란다에서 교정으로 진입하는 '지바겐 AMG'를 보고 있다. 짙은 검은색의 유려한 움직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투박한 듯 각진 그것이 교내에 들어서면 단연 돋보였다. 유선형의 차들이 고만고만하게 있는 곳에 주차될 때면, 학생들은 눈을 흘깃거렸다. 시선을 끄는 이유가 고가의 차량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어설픈 곡선으로 타협하지 않은 곧은 선은 예리하게 모서리까지 이어져 있었다. 각진 구조는 강렬하면서도 날렵했다. 선배는 곧은 선 사이로 미끄러지듯 발을 내밀었다.
인호는 구석에서 담뱃불을 붙였다. 선배의 아우라는 감히 어찌할 수 없는 근사한 것이었다. 그는 내려다보고 있었으나 위압감을 느끼기도 했는데, 어떤 막막함 같은 것이기도 했다.
“야 너 또 땡땡이치고 있냐? 어서 복사 안 하고, 뭐해?”
조교 선배였다.
“아 진짜! 한 대 피우고 들어간다니까요!”
인호는 담배 한 개비를 새로 꺼내 불을 붙였다. 선배는 건물로 들어가지 않고 여자 후배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그가 입은 상아색 재킷은 흰 말의 갈기처럼 아름다웠다. 그의 핏은 물 흐르듯 바지 깃 끝단까지 이어졌는데, 준마의 목 근육에서 잘록한 허리로 이어지는 라인처럼 단연 돋보였다. 어쩌면 그는 이곳이 아닌 뉴욕 센트럴 파크, 런던의 하이드파크 어딘가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의 걸음은 마장마술 경기의 사뿐 거리는 발걸음 마냥 부유하는 느낌도 들었다.
선배는 딱히 무엇을 오래 쳐다보지 않았다. 관조하지 않는 눈빛은 무신경하게 느껴졌다. 어쩌다 시선이 멈추는 대상은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차 옆자리에서 웃는 얼굴로 발견되곤 했다. 인호는 베란다에서 선배의 행각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그가 자세히 보려고 뒤꿈치를 올리면 지바겐은 유유히 교정을 빠져나가곤 했다.
선배의 부모가 건설사 회장이라는 말도 있고, 어디 재단의 이사장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무엇인가 확실한 것은 없고 오히려 소문만 무성했다. 아마도 그것은, 그가 여기 있기 때문이라기보다, 있지 않아도 되는 곳에 있기 때문이었다. 미국의 주립대나, 런던의 캠퍼스 어딘가에 있다면 불필요했을 이야기는 짙은 안개처럼 그들 사이에 머물러 있었다. 이곳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건이 되는 것이 그의 지바겐 때문인지, 그의 옷차림 때문인지 자신과 상관없었으나 인호는 궁금했다. 먼저 묻지 않았지만 엿들었고, 대화에 참여하지 않았으나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