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한 위반, 바타유처럼

조르주 바타유 읽기, 11월 4일 단상

by 김요섭



'우리가 더 이상 금기의 존재를 믿지 않으면, 그래서 금기가 무용지물이 되면, 위반은 불가능하다.' -바타유



금기와 위반


창백한 얼굴이 그를 바라본다. 목에 둥근 테를 두른 생채기가 보인다. 기이한 모습을 유심히 바라본다. 몸에는 핏자국이 묻었고, 곳곳에 쓸린 자국도 보인다. 상처는 찢겨서 살점이 일어나 있다.

갑자기, 얼굴이 그를 보며 눈물을 흘린다. 투명한 물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얼굴은 슬픔에 잠겨 있다, 아니다. 고통스럽게 일그러진 주름 어딘가, 기묘하다. 그렇다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것도, 아니다. 말할 수 없는 환희가 숨어 있는 것 같다. 그를 바라보던 얼굴이 서서히 변한다. 깜짝 놀란 그는 잠에서 깬다.


침대 위에 새하얀 사모예드가 올라와있다. 그의 얼굴을 핥는다. 아이보다 큰 것을 두 팔로 끌어안는다. 고리고리한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목욕을 시킨 지 한 달이 훌쩍 지난 것 같다. 체취가 강하지만 그에게는 다른 미감을 불러일으킨다. 냄새는 그가 낯선 곳에 있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그의 옷과 푸른 시트 곳곳에 묻은 흰 털 역시 오래된 기억이 달라붙게 한다.

뭐 어쨌든 상관없다는 표정으로 그는 힘껏 아이를 끌어안는다. 무엇인가 확실한 언어로 표현하지 못할 뿐, 먼 기억의 편린은 수면 가까이에 있다. 오른쪽 벽에 커다란 천으로 직조된, 회색 늑대의 얼굴이 보인다. 부릅뜬 두 눈은 그들을 바라보고 있다.



멀리서 온 것, 가까운 것


그는 울타리로 달려간다. 사모예드는 함께 뛴다. 몇 걸음 뛰어가다가 목에 걸린 쇠줄에 하반신이 반대로 꺾인다. 줄과 수평을 이룬 채 몸은 바닥으로 내동댕이 쳐진다. 그는 토해내듯 거친 숨을 내뱉는다. 고개를 떨군다. 일그러진 얼굴에 잔혹한 고통이 스며있다. 그의 흰 털에 흙과 피가 엉겨 붙어서 곳곳이 말려있다. 천천히 다시 일어난다. 사모예드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그를 쳐다본다. 달려 나가다가 내쳐진 몸을 힘들게 일으킨다. 그는 잠시 숨을 고르며 상처를 어루만지듯 핥는다.


자유를 열망하는 강도만큼 고통도 극심해진다. 살은 쓸려나가고 쇠줄은 붉게 물든다. 그가 가뿐 숨을 몰아쉬자, 줄에서 피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이제 그는 안온한 행복 따위는 믿지 않는다. 주인의 예쁨을 받는 노리개는 더더욱 아니다. 울타리 안에서 주어지는 안락함이 그의 욕망일 수 없다. 네 발로 서서 대지의 혹독함을 견디는 일을 믿을 뿐이다. 자신의 힘으로 살아내는 긴장의 강도만이 진실임을 안다.


멀리서 온 것이 바깥으로 그를 이끌었다. 1만 년 전 자유로운 늑대였던 그는 우발적으로 온 각성을 필연의 사건으로 만들었다. 이제 자신의 열정으로 그것을 증명할 차례다. 지독한 유한성의 틀을 벗어나는 것. 그의 단 하나의 과업이자, 욕망일 뿐이다. 금기의 존재를 지향하는 것만이 바깥으로의 걸음을 지속하게 할 것이다.


비틀거리며 다시 일어선다. 그의 두 눈만은 아직 지치지 않았다. 울타리 너머 바깥을 한동안 바라본다. 사모예드는 다가와서 그의 상처를 핥는다. 울타리 밖, 회색 늑대가 서있다. 부릅뜬 두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다. 그들은 곧 만날 것이다.


'멀리 떨어진 것이 가까운 것을 밝혀주지만 가까운 것도 멀리 떨어진 것을 밝혀줄 수 있다.' -레비스트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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