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적 일상성 너머, 여전히 모호한

윤리와 무한 읽기(23), 레비나스 강독, 2022년 1월 18일

by 김요섭



네모 : 따라서 타자와의 관계가 대상에 대한 인식을 취하는 주체 모형과 단절되는 첫 번째 분석은, 사랑이 인식임을 암시하는 은유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에로스에 관한 것일 터입니다. 타인의 타자성은 시간의 미래로 의미화될 수 있을까요?


레비나스 : 어떤 개인을 다른 어떤 타자로부터 형식상 구별해주는 논리적 차이나 수적 차이로는 환원되지 않는 존재들 사이의 타자성은 에로스에서 고양됩니다. 그런데 에로스적 타자성은 비교 가능한 것들 사이에서 서로를 구별해 주는 상이한 속성에 기인한 것에 국한되지도 않습니다. 여성적인 것은 남성적 존재에 대해 타자인데, 이는 단지 어떤 상이한 본성을 갖고 있기 때문만이 아니라, 어떤 점에서는 타자성이 여성적인 것의 본성이기 때문입니다. 에로스적 관계에서는 타인 안에 있는 다른 속성이 아니라, 타인 안에 있는 타자성이 중요합니다.


[시간과 타자]에서, 남성적인 것과 여성적인 것은 상호-인격적 교제를 명령하는 중립적인 상호성 속에서 사유되지 않으며, 주체의 자아는 남성다움(남성의 성욕) 안에 놓여집니다. 또한 그 책에는 여성성에 고유한 존재론적 구조가 탐구되어 있습니다. 여성적인 것자기에 대한 타자로, 타자성 개념 자체의 기원으로 기술됩니다.


이러한 관점들의 궁극적인 적절성과 이 관점들이 요구하는 중요하게 바로잡을 점들이 무엇인지요! 어떤 의미에서 이 관점들은 수적 차이나 자연적 차이에 대한 것으로 환원될 수 없는 것을 파악하게 해 주며, 에로스적 관계를 지배하는 타자성을 사유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이러한 관계에서는 그 어떤 것도 에로스적 관계에서 고양된 타자성을 환원해 내지 못합니다. 타자성의 억압인 인식과는 완전히 반대로, 헤겔의 '절대지'에서 '동일자와 비동일자의 동일성'을 상찬하는 인식과는 완전히 반대로, 사랑의 관계에서는 타자성과 이원성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두 존재 사이에서 혼동(뒤섞임)이 되는 사랑 관념은 거짓된 낭만적 개념입니다. 에로스적 관계의 파토스는 둘로 존재한다는 사실이며, 그래서 타자가 절대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1.

헤겔의 '절대지'는 하나의 전체성 안에서 동일성과 비동일성의 형태이다. 이 사유에서 타자적인 것은 절대적으로 다름에 닿지 못하고, 아직 같지 않은 것으로 대상화된다. '같지 않음'은 '절대적 신비'와 유사한 듯 보이나 언어의 결이 완전히 다르다. 유보된 것으로의 '타인 자'는 자신의 '낯섦'이 사라져 갈 때(주체의 시점에서) 단독성과 고유성을 잃고, 전체성으로 끌려들어 갈 뿐이다. 이미 단일한의 종착점을 전제하고 있는, 언어는 태생적 한계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절대적 신비'는 이해 불가능하며, 해명되지도 않는다. 주체의 명증성으로 환원할 수도 없다. 인식의 빛으로 조감하려 해도 여전히 모호하기만 한 것에 흥미를 잃은 시선은 기웃거린다. 그는 현전의 즉발성에 빠져있기에 기다리지도, 머무르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하는 일은 결코 알지 못한다.



2.

현존재는 '호기심, 잡담, 애매성'이라는 평균적 일상성에 빠져있다.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 '호기심'은 자신의 본래적 자아를 알 수 없게 한다. 그가 나누는 '잡담'은 죽음을 향한 자신의 실존을 깨닫게 하기는커녕, 존재의 시간을 소비할 뿐이다. '애매한 존재'로서 그의 미감은 '쓰고 버리는 상품의 새로움'과 맞아떨어진다. 즉시 사냥할 수 있고, 소유할 수 있는 즉발성을 찾을 뿐이다.


그러나 어린애 같은 그는 알지 못한다. 오랫동안 물러난 채, 중심에서 벗어난 비의식으로서 함께 있는 타자를 감각하지 못한다. 주체를 환대하며 양지바른 곳의 청구권을 먼저 포기해왔던 '유책성'으로서 비존재를 알지 못하는 것이다.


시차를 통해 시작된 에로스는 너무도 오랫동안 그에게 닿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아이 같은 주체성을 어루만지며, 틈을 살핀다. 타자성은 오직 내면 깊숙이 생긴 '풍크툼의 흔적'에 머물 수 있기에. 그러나 그의 완고한 인식 틀에 어떤 균열도 찾지 못한다. 또다시 도래할 지점을 찾지 못한 신비는 서서히 물러난다. 슬픈 표정의 얼굴은 하염없이 그를 어루만지며 멀어진다. 기약할 수 없는 '일리아(il y a)'이자, 에로스는 무한한 하늘을 향해 사라져 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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