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프랑스, 레아 세두)의 기표와 기의는 분리되어 있다. 성공한 아나운서로 최고의 인기와 부를 누리는 그녀에게 느닷없이 비의식적인 것이 들어온다. 상징계의 질서에 충실하며 누구보다 성공한 모습으로 살고 있는 그녀를. 한순간에 무화시키는 것은 '눈물'이라는 애도의 형식으로 도래한다.
그러나 그녀는 본래적 실존과의 분리를 고지하는, 비존재 앞에 서는 것을 회피한다. 실재계에서 온 사건과 충실히 마주하기보다, 오히려 현존재로서 자기 동일성을 강화시키고자 할 뿐이다. 수없이 많은 셀카를 찍으며, 자신의 분리와 죽어감을 잊으려 하는 대중의 모습과 그녀도 전혀 다르지 않다. 모든 인터뷰나 화면 구성에서 자신을 중심으로 클로즈업시키며, 재난 상황에서조차 허구적 연출을 일삼으며,그녀는 진실로부터 분리될 뿐이다.
2.
삶에 타자성이 들어올 틈이 없는 주체는 울타리 안에서의 유한성의 미로를 헤맨다. 교통사고로 다친 이를 위해 많은 돈을 건네줄 때든, 테러 현장을 누비며 목숨을 건 취재를 할 때에도 그녀는 무엇인가 찾고 있으나, 동시에 아무것도 잃고 싶지 않은모습이다. 정처 없음을 벗어나려하는 것과 함께 자기 동일성을 잃지 않으려는 양가적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지중해를 건너는 난민들과 동행하는 르포식 인터뷰에서도 여전히 그녀는 중심에 있다. 공감하는 눈물을 보여주는 모습조차, 실은 '상징계 속에 어떤 위험도 자신의 분리감을 회복시킬 수 없다는 진실에 대한 눈물'일 뿐 타자의 고통에 공명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재난의 현장을 누비며 뉴스를 내보내지만, 그녀는 타인 자를 지향하는 순간에도 여전히 자기 동일성의 스포트라이트 속에 있을 뿐이다.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받는 아나운서로서 자신의 모습에 아무리 다가가려 해도, 어떠한 차이도 만들어내지 못한다. 자기 동일적 주체의 연속적 촬영은 도취적 불가능으로 자신을 무화시킬 뿐이다. 따라서 존재를 뒤흔드는 재난 사건과 마주하더라도 그녀는 진짜 자신을 발견할 수 없는 것이다.
3.
이 불일치 속에 사건이 터진다. 난민들과 동행했던 르포 영상이 나가는 중에, 그녀와 매니저의 사적 대화가 뉴스로 나가버린 것이다. 그녀는 아나운서 자리를 갑작스레 은퇴하고, 알프스의 요양원에서 4주간 머무르게 된다.
이때 자신의 상징계의 모습을 전혀 알아보지 못하는 '남자'를 만난다. 자신을 라틴어 교수라고 소개하는 이는 느닷없이 등장한다. 그는 마치 이곳에 속하지 않는 듯 나타났다가 사라지며, 그녀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프랑스는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 뿐 아니라, 그녀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라틴어)로 노래를 하는 모습에 사랑에 빠지고 만다.
그러나, 사실은 그가 그녀의 사생활을 폭로하기 위해 요양원으로 잠입해 들어온 기자였다는 사실에 그녀는 충격을 받는다. 진정한 '사랑'을 통해 실재계로 진입한 것 같은 감각과 마침내 자신으로 존재한다는 느낌을 받았던, 그녀의 실존은 다시 산산이 부서지고 만다. 어떤 희망도 상실한 채 그의 폭로 기사를 접하고 난 뒤 그녀는 은퇴를 번복한다.
그러나 느닷없이 들이닥치는 사건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한번, 그녀의 존재를 사정 없이 뒤흔든다. 교통사고로 남편과 아들이 절벽에서 떨어져, 즉사하고 만 것이다.
4.
마지막 장면에서 어떤 행인이 느닷없이 길 중앙을 가로지른다. 영문도 알 수 없이 자전거를 산산이 부수는 장면을 보여준다. 물끄러미 그것을 쳐다보는 그녀의 눈길이 어느 순간, 정면을 향한다. 관객을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이, 한동안 클로즈업되는 장면과 함께 영화는 끝난다.
그녀의 얼굴은 무엇을 말하고 있었을까? '이렇게 부서진 채로, 정처 없이 사는 것, 당신이자, 나 아니야?'라고 묻는 것 같기도 했고, '상징계 밖이라 여겼던 사랑, 역시 순간의 구원일 뿐, 결국 여기가 덧없는 실존이 아닌가?'라는 식의 서늘한 허무로 들리기도 했다. 또한 어떠한 돌파구도 찾지 못하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눈물 없는 애도가 아니었을까?
p.s
영화 프랑스는 전체적으로 축축한 느낌이 들 정도로 주인공의 눈물이 많다. 그러나 지나치게 많은 장면에서 보이는 눈물은 분명 절제되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오히려 울음을 삼키며 눈물 없이 눈물을 흘릴 때 관객의 내면으로 직통할 수 있지 않을까? 레아 세두의 연기력으로 충분히 가능했을 텐데.
즉발적으로 올라온 것이 너무 반복적이라, 의도되었다고 하더라도 조금 자제했어야 했다. 깊은 상처의 흔적이어야 할 존재의 불일치가 얄팍하게 다루어진 부분도 그런 감각의 연장선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