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은 죽이고 노래는 살린다(2)

드라이브 마이 카(2021),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영화 읽기

by 김요섭



재앙의 도래


도저히 알 수 없는 것은 이미 도래했다. 서늘한 망각이며, 사나운 비존재는 그의 의지와 관계없이 삶 곳곳에 들어와 있다. 느닷없는 아내(오토)의 죽음은 진실로부터 배제이며, 에로스의 종말인 것이다. 그날 저녁, 그녀가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이었는지, 오직 자신에게만 했던 이야기를 왜 정부(情夫)에게 했는지, 어린 딸의 죽음과 말해지지 않은 깊은 상처는 무엇이었는지. 그가 회피했던 대화는 영원한 비밀로 닫힌 채, 계속 멀어지고 있다.


가후쿠의 눈에 찾아온 질병 역시 징후적이다. 서서히 시력을 잃어가야 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은 재앙이다. 명증적 인식에서 중요한 '봄(vision)'의 사라짐은, 존재론적 남성성의 상실이자 자신으로부터 외화이다. 존재가 무로 향하는 직선의 시간에 드리운 차가운 현실은 어떤 도약도 없는 선뜩함으로 그에게 도착했다. 비인칭적 있음인 '일리아(il y a)'는 확고한 주체성에 죽음을 선고한 것이다.


무화된 주체성


영원히 멀어지고 있는 것으로 손을 뻗어 본다. 어루만질 수 있으나 다가갈 수 없는 것은 본래적 실존이다. 외면했던 비존재의 느닷없는 습격은, 살아있으나 살아있지 않은 상태로 그를 몰아냈다. 가후쿠는 이미 삶에서 추방되었으나, 아직 거기에 있다.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아이러니는 가능성의 불가능으로 재앙이며, 세계의 폭력은 존재자의 고통에 무감할 뿐이다. 어떤 희망도 없는 상태,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일상. 기투(企投)할 수 없는 무화된 주체성은 텅 비어있을 뿐이다.





작고 희미한 빛의 가능성


아내가 죽은 지 2년 후, 히로시마 연극제에 초청되어 작품을 연출하게 된 가후쿠는 전속 드라이버 미사키를 만난다. 그녀 역시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안고 있는 인물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은 상처와 엄마가 죽어가는 것을 방치했다는 자책감을 멍에로 안고 있는 것이다.


가후쿠의 빨간 자동차는 텅 빈 주체를 존재론적 여성성으로 품는다. 감내하기 어려운 비극을 품은 둘은, 점점 서로를 향한다. 텅 빈 그곳은, 말하고 대답하는 가운데 소리 없이 그들을 감싸고 흐른다. '시선이 사라진 노래'는 비로소 상처 입은 이들을 연결하고 싸맨다.


노래의 날개 아래, 재앙은 단지 재앙이 아니다. 헤테로토피아적 장소를 입은 것은, 작고 희미한 아름다움이자, 사랑인 것이다. 미사키가 소개해준다며 데려간 재활용 공장에서 재가 눈처럼 내리는 장면. 서로의 진실에 공명한 순간, 처음으로 함께 차안에서 담배를 피우고 연기가 흐르는 장면은 재앙의 리추얼적 승화이다.


이는 삶 속에 들어온 부조리를 다 이해하지 못한 채로 품는 일이며, 타자성에 구멍이 뚫린 주체의 '조용히 나아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통스런 얼굴을 마주함이며, 심연의 오래된 상처까지 나아가는 불가능한 항해이다. 비로소 영화 포스터의 문구처럼 '우리는 분명 조용히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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