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길들여지지 않는 존재

탑건(Maverick 2021), 조셉 코신스키 감독, 톰 크루즈

by 김요섭



죽음을 지연시키는 존재


무인 전투기의 등장, 조종사의 감각을 대신하는 첨단 무기체계의 발전, 극초음속 전투기로의 속도전. 모든 상황은 그에게 불리할 뿐이다. 극단적 스피드 경쟁과 극한의 순간에도 정신을 잃지 않는 기계 앞에 조종사의 능력이 필요하지 않게 될 전장은 곧 펼쳐질 것이다. 이는 탑건으로서의 삶은 가까운 미래에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려울 것임을 환기한다.



매버릭(톰 크루즈)의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비행이라 하더라도. 그가 아무리 마하 10의 극초음속을 견디는 신체로 단련되었을지라도. 그래서 진급도 하지 않았으며, 모든 전투와 훈련에 임했더라도. 결국 다가올 첨단 무기체계 앞에, 그는 곧 F14 톰캣처럼 퇴역 수순을 밟고 말 것이다. 그렇게 서서히 사라질 것이며, 또 잊혀갈 것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씬이 전반부에 등장한다. 마하 10을 넘기는 테스트 파일럿의 임무를 마친 그에게 장성은 단호한 어조로 이렇게 말한다. '무인기의 시대가 왔어. 넌 퇴물일 뿐이야.' 그의 조롱 섞인 말투에 톰 크루즈는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할 뿐이다.

"May be, but not today!"




길들여지지 않는 존재


그는 순순히 물러날 생각이 없다. 매버릭은 길들여지지 않는다. 오직 자신을 완성하는 순간을 살며, 최선을 경주할 뿐이다. 끝까지 하늘을 날다가 귀환하지 않은 생떽쥐베리처럼 그는 그렇게 완성의 순간 사라지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불가능처럼 보이는 임무는 자신의 마지막을 불꽃놀이처럼 만드는 아름다운 과업과 다르지 않다.


물론 그의 비행이 아름답기만 한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온갖 어려움이 상존하며 그를 괴롭힌다. 매버릭처럼 길들여지지 않는 인간보다 기계의 정확성과 확실함을 신뢰하는 상관은 끊임없이 그를 방해한다.


동시에 인간이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중력을 이겨내야 하며, 극강의 난이도를 갖춘 시설을 폭격하고 생존해야 하는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 과정에 F18 호넷(4세대 전투기)으로 5세대 전투기와의 교전을 감당해야 하며, 각종 레이더 및 방공시설을 피해야 하는 것은 작은 퀘스트에 불과할 정도로 모든 순간은 죽음과 맞닿아 있다.



매버릭이 아무리 최고의 탑건이라고 하더라도 그는 결국 시간에 패배할 것이며, 사라져 갈 것이다. 그러나 편재하는 죽음의 냄새 속에서 그는 계속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과업을 극단까지 이르도록 갈고닦는 인간은 매혹적이다. 오직 그러한 존재에게 죽음은 지연되며, '오늘은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영화는 그러한 위버멘쉬를 향한 찬사이자, 끝까지 길들여지지 않는 인간에 대한 헌사로도 읽힌다.



할리우드가 불가능을 다루는 방식


다만 할리우드 영화답게 영웅은 완성의 순간 사라지지 않는다. 불가능한 폭격을 성공적으로 완수한 이들은 죽지 않는다. 그들은 불사조처럼 적국의 F14까지 획득하고는 5세대 전투기와 공중전까지 이긴다.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싸움을 완벽한 승리로 장식한 최고의 순간 그들은 항공모함으로 귀환한다.



그러나 불가능을 다루는 할리우드의 방식 덕택에 매버릭의 과업은 완벽히 이해되며 박제된다. 아름다움은 새로워질 가능성을 상실하고 굳어버리는 것이다.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스토리 전개를 원하는 대중과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영화 산업. 그들에게 세계-내-부조리는 도저히 감각할 수 없으며 감각해서도 안 되는 일쯤으로 취급될 뿐이다.


해피엔딩의 강요 속에 영화는 아름다움의 덮개를 상실한다. 그들의 작당 속에서 완성의 순간은 순식간에 소비되고 차이 없는 반복으로 머무른다. 그러나 동일성의 반복이 사라지지 않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고착되며 잊혀가는 것을 지시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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