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한 대화

「레비나스와의 대화」 프랑수아 푸아리에 / 레비나스 읽기(5)

by 김요섭



타인의 가까움 안에서...


면직(免職)된 주체는 우리가 주체를 지배자에 관한 것으로 얘기하는 것처럼, 타자로 향해 있다. 특히 자기에 반해 타자를 위해 행해지는, 타인을 향한 운동으로써 이해해야만 하는, 언어와 욕망 안에서.


정감성(affectivite). "주체의 주체성, 이것은 상처받기 쉬움, 변용에 대한 노출, 감성, 수동성보다 더 수동적인 수동성" 「존재와 달리 또는 존재성 너머」


언어


모든 참된 말은 청원이고 말로써의 간청이다. 언어는 타인에 대한 인식의 경험도 수단도 아닌 타자, 이방인과의 만남의 장소이고, 타자의 알 수 없음이다.


"형태들이 밝혀지는 공간 속에 나타나지 않는 타인의 계시는 전적으로 말 parole이다. 레비나스가 강하게 말하는 것처럼, 관계 자체 안에서 그처럼 절대적으로 있는 항들, 이 관계, 이것은 언어이다.

내가 타자에게 말할 때, 나는 타자에 호소한다. 무엇보다도 말은 불러세움 interpellation이고, 희구 invocation이다. 간청을 받는 자가 힘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이 희구는 모욕당하기도 하고, 존중되기도 하고, 심지어 잠자코 있으라고 명령받기까지 하며, 말의 현전에 부름 받기도 한다.


그리고 말은 내가 그에 대해 말하는 것, 담론의 화제 또는 대화의 주제로 환원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나를 넘어서는 그리고 나의 위로 불쑥 솟아오른, 항상 자아의 저-편 또는 바깥에 있는 것으로 돌아간다. 왜냐하면 나는 무명인 inconnu에게 나를 향해 돌아서길 간청하고 이방인에게 내 이야기를 들어주기를 간청하기 때문이다. 말속에서, 이것은 말하도록 하면서 그리고 말할 수 있게 하면서, 말하는 바깥이다." 「무한한 대화」, 모리스 블랑쇼

(23~25p)




1.

'무명인 inconnu'은 이름 없는 이름이다. 그는 영원히 멀어져 가고 있는 성간 천체이자, 미지의 존재이며, 불가시(不可視)의 현현이다.


"오우무아무아"

그녀는 그 이름을 부른다. 도저히 닿을 길 없는 하늘을 향해 손을 뻗는다. 창백한 손가락 끝으로 캄캄한 어둠 속 한 지점이 흔들린다. 밖으로 나갈 수 없는 떨림은 얼마 가지 못해 진동을 멈춘다. 텅 빈 천장은 그녀로서는 도저히 가늠할 수 없음이며, 절대적 낯섦일 뿐이다. 그녀가 알고 있다고 느끼는 별빛은 결코 경험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밝은 빛은 동시에 암흑의 공허이며, 절대적 타자이다.


짙은 어둠을 향한 목소리는 곧 흐느낀다. 도저히 잡을 길 없는, 낯선 빛을 향한 몸은 모욕당할 뿐이다. 불가해한 만남과 느닷없는 이별. 주체 안의 풍크툼의 흔적은 결코 아물지 않는 상처로 남았다. 그녀는 철저히 노출된 수동성이며, 알 수 없음에 호소하는 부름 받음이기에.



2.

제발 나를 돌아봐주기를, 간청은 도저히 닿을 수 없음에도 그곳에 도착한다. 발화된 언어는 가장 약한 목소리지만, 오직 그 낮음에서 불가능의 가능성을 입는다. 손가락 끝 너머, 불쑥 솟아오른 빛은 갑자기 밝아진다. 순간, 속도를 초과한 무한이자 낯섦은 순식간에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의 눈시울이 붉게 물든다.


꿈 없는 잠이자 불면의 밤은 그곳으로 데려간다. 간절한 희구는 가늠할 길 없는 비존재와 조우했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손님은 그녀를 감싸안는다. 호명할 수 없고, 부르는 순간 흩어지는 언어. 이방인의 장소, 그곳은 말의 무덤이자 탄생이며, 시원이자 끝이다. 영원히 멀어지며 동시에 다가서는 언어는 무한한 대화를 나눈다. 그들은 전혀 다른 존재이며, 동시에 무명인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약함의 탄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