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인간」모리스 블랑쇼 읽기(9)
만일 지금 나의 추억 속에 있는 그가 마치 '그 자신'으로 밖에는 볼 수 없었던 한 사람이라면 그의 중요성은 헤아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그를 붙잡으려는 것, 우리 관계의 변조, 그를 지각할 수 없으면서도 그를 중요한 존재로만 회상하는 나의 연약함에 그녀는 불안감만을 표출했다. 그러므로 나는 내가 모두를 속이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 어떻게 그는 내 삶을 가장 작은 파편 조각으로 만들 수 있었을까? 그는 아마도 내가 보고 있는 빛이 새어 나오는 창문이 있는 방에 있을지도 모른다. 그는 고독한 자이며, 이방인이자 심각한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다.
허물어져 가는 그의 온화한 얼굴이 어째서 우리를 놀랬는지 추측해 본다. 그의 얼굴은 음울하지 않았다. 오히려 반대로 빛이 났는데 그것은 빛이 나는 비가시성과 같았다. 우리는 망각의 얼굴을 보았다. 그것은 잘 잊히고, 정말로 망각을 요청한다. 하지만 그 망각에는 우리 모두가 포함되어 있다.
어쩌면 그는 당신들 중 언제나 다른 한 사람을 선택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 선택을 통해 당신을 다른 누군가로 만들어 버렸는지도 모른다. 그 시선은 우리가 가장 주목받기를 원했던 시선이었지만 결코 당신들을 바라보지도 않았을지 모르는, 당신들 곁에 놓인 약간의 빈 공간을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이 비어 있음은 어느 날 나와 연결되어 있던 어떤 젊은 여인으로 변모했다. 그것은 의심할 여지없이 아득한 곳의 힘으로 그녀 위에 멈추었던, 그녀를 선택하여 고정시킨 시선이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곳에 오기 여러 해 전에 그녀는 이미 도착해 있었다.
(25~26p)
1.
단 하나의 얼굴이 어떻게 우리 모두를 포착한다는 말인가? 각자성 너머, 고유하고 단독적인 이미지. 가장 빛나는 순간은 텅 빈 얼굴로 나타난다. 완성의 순간 사라져 가는 비가시성. 영원히 잊히지 않으며, 동시에 물러서는 이미지 없는 얼굴. 그는 전존재의 거울이다.
2.
어떻게 이 고독한 자가 빛을 품고도, 보여주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이는 단지 눈을 현혹시키는 사술에 불과한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허물어져가는 온화함'은 우리 모두의 흔적이기에. 전존재의 얼굴은 결코 '음울할 수 없으며', 기교를 갖춘 간교함도 아니다. '이방인'은 본래적 실존이 간직한 심각한 질병이다.
3.
그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선택했다. 비어있는 시선 속 '젊은 여인'은 나였으나, 내가 아니다. 항상 물러나 있었을 뿐인, '이미 도착해 있던' 그녀. 비존재로 치부된 낯섦은 심각한 질병에 다름 아니다.
그는 누구보다 고독한 여인을 어루만진다. 나보다 자신을 더 닮은 젊음을, 다른 나로 고정시킨다. 비로소 생성된 우리, 전혀 다른 가능성이자 서로를 향한 고독. 기다리며 망각하기에 모두를 담는다. 본래적 실존은 복수적으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