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인간」모리스 블랑쇼 읽기(10)
그녀는 나의 기억에서보다 훨씬 더 젊어 보였고, 더 멀어졌을지라도, 더 가깝게 느껴졌다. 그녀는 이곳에 마치 유폐된 사람처럼 지내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전혀 다른 삶에 대한 아쉬움과 희망, 그리고 절망을 향해 머물러 있는 반면, 그녀는 그와의 관계 속에서 유동적이고도 비밀스러운 진실을 추출해 내도록 하는 지적인 관계를 맺고 있었다. 나는 여기에도, 저기에도 속해 있지 않았다.
그는 다소 주춤거리며 걸었다. 매우 이상한 그의 걸음걸이는 우리 눈높이에서 볼 때 거의 멈추어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주었다. 하지만 그는 매우 낮은 곳에서부터 서서히, 언제나 부드러운 고집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것은 전혀 추락을 앞둔 인간의 걸음걸이가 아니었다. 그 모습은 바로 또 다른 불확실성이 되었는데, 불확실성이란 우리가 우리 자신에 대해 불명확해지는 데서 오는 것으로, 때로는 고통스럽고 때로는 가볍고, 조금은 몽롱해지는 것과 같다. 또 나는 그의 목소리가 얼마나 바뀌었는지 살폈다.
목소리가 말하는 내용은 내가 장악할 수 없는 어려움 때문에 불안을 유발했다. 그가 다가올 때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어떤 공간으로 끌려들어 가는데 그 공간에서는 당신에게 중요한 것이 수용되고, 보호되며, 당신이 옳다는 방식이 아니라 침묵 속에서 어떤 정의를 희망하게 하는 방식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그는 쉽지도 너그럽지도, 착하지도 않았다. 그는 사람이 맞닥뜨릴 수 있는 가장 어려운 사람으로 기억된다.
(27~28p)
1.
'더 멀어졌을지라도, 더 가깝게'있는 진실은 망각된 신비다. 그를 사랑하는 또 다른 나. 그와 함께 유폐된 그녀는 '유동적이며 비밀스러운' 관계를 맺는다. 나는 비로소 그들과 함께, '여기에도, 저기에도' 속하지 않을 수 있다. 비어있음 안에서 지속되는 우발성. '어떤 하늘' 아래선 그와 그녀도 망각할 뿐이다. 가벼운 우연이자, 필연의 무거움인 그곳. '어떤 정의'는 공통체를 향한 침묵의 형식이다.
2.
그는 '멈추어 있는 것' 같다. 약해진 목소리는 웅성거리며 낮게 깔린다. 도저히 파악되지 않는 부재. '그녀가 떠난다는 말인가?' 나는 불안에 휩싸인다. 텅 빈 하늘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비어있음으로 가득 찬 것 같다.
절망적인 외침, 기억해달라는 요청에도 불구하고 냉정한 침묵. 그는 정말 멈추어 있는 것일까? 카오스 속의 질서, 그것은 '고통스럽고 때로는 가볍고, 조금은 몽롱'해지는 것이다. '오늘 그녀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였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