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인간」모리스 블랑쇼 읽기(12)
나는 그가 우리를 갈라놓으려 했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반대로, 그로 인해, 우리는 갈라졌지만 위태롭게도 바깥을 향해가는 방식을 통해 이어졌다.
그는 모든 것을 견뎠다. 거기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을 요구하는 것을 보이지 않게 만들었다. 아마도 그는 거의 노력할 필요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어쩌면 쇠퇴에 충실함으로써, 너무나 공평해서 감내할 필요도 없는 평등함을 그토록 완벽하게 견디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다만 내가 원하지 않는 공허가 나에게 어떤 생각을 만들어 내는 것만 빼고 말이다. 그것이 바로 그가 우리로 하여금 그의 삶을 어떤 사건도 없는 단조로운 삶이라 생각하게 한 이유다.
그녀는 자신이 그에게 다가가자마자 불명의 동요가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것은 그 사람이 일으키는 동요가 아니었다. 그러한 동요를 일으키기엔 거의 힘이 없었기 때문에, 그는 언제나 조용히 자기 자신을 잘 제어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가 속한 공간 속에서만큼은 어떤 변화가, 고요한 전환이 일어났는데 그는 보는 방식, 그리고 그녀를 보는 방식을 재빨리 바꾸었다.
그는 도대체 무엇인가? 도대체 어떤 힘이 그를 거기로 밀어 넣은 것인가? 그는 어느 쪽에 있는가? 그를 위해서 사람들은 무얼 할 수 있었던가? 가장 풍부한 직관, 가장 강한 생각들,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지식들, 전혀 다른 예외적인 경험을 사람들이 그에게 의지하기를 원한다는 점이 특별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의 유약함이 자아내는 이질성을 건드리는 것에 불과했다.
그는 전적으로 불행에 빠진 한 인간의 연약함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측정할 수 없는 연약함은 측정할 수 없는 이 생각의 힘에 대항하여 싸웠는데, 그것은 바로 이 위대한 생각이 여전히 불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의 연약함은 그것을 강요했다. 너무나 강렬하게 사유된 것은 새로 사유된 것이자, 유약함의 차원에서 재고되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녀는 마치 내가 그였던 것처럼 나에게 그에 대해 말한다. 그리고 동시에 내가 그녀를 그의 방향으로 향하게 만든다고, 또한 그는 그녀를 끌어들이고, 그 어떤 것보다 그를 가깝게 느낀다고 말한다.
(30~32p)
1.
그는 맨 발로 마중 나왔다. 너무 오랫동안 기다렸다고 속삭이면서 말을 잇지 못한다. 그는 내가 아닌 다른 나와 함께, 우리 중 하나처럼 걷는다. '가장 강한 생각들,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지식들'은 비로소 깨어난다. 풍성한 직관은 새로운 유약함이자, '그의 약함이 강요'하는 기이한 동요(動搖)이다.
'그녀를 그의 방향으로 향하게 하는 것'은 갈라진 우리를 위태롭게 결합한다. 모나드 너머 텅 빈 중심을 향한 지향성, 끊임없이 그곳을 향하며 다시 불태워버리는 열정. 그것은 '예외적 경험'이자, '바깥의 형식'이다.
2.
그와 나의 변용이 멈춘 장소. 마치 '내가 그였던 것'처럼, 더 이상 '고요한 전환'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타다 남은 것을 뒤적이는 그녀. 검붉은 숯덩이가 흰 살점을 파고든다. 살을 에는 시뻘건 흔적은 마지막 숨을 거칠게 내쉰다. 두 손 가득 담긴, 뜨거운 부재(不在).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싸 안는 텅 빈 침묵.
슬픈 눈동자는 음울한 얼굴로, 가망 없는 장소를 바라본다. 부드러운 '이질성'은 사라지고, 딱딱한 자국은 순식간에 굳는다. 위무되지 못한, 그을린 흔적. 자기 동일성은 '전적인 불행'이며, 약함 없는 단단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