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은 우리를 갈라놓는다. 이름은 그가 있는 곳에 도달하기 위해 영원히 던져 놓은 돌과 같은 것인데, 그는 이미 시대와 시대를 거슬러 이미 다가섰다고 느낀 것 같았다. 거기에 친구의 제스처가 있었는가? 그것은 우정인가? 그는 내게 자신을 친구로 여겨주고, 산 채로 잡아들이기 위한 덫처럼 유혹하는, 그를 향한 돌이 되어 달라고 부탁했던가? 그런데 나는 누구인가? 나와 함께 내 옆에 있지만 다른 하늘 아래에 있는 것처럼 감시하는 이는 누구인가? 그것이 내가 그에 대해 아는 전부라면 나는 나 자신으로부터 모조리 버려지지 않을 수 있는 것일까?
그녀는 나에게 무엇인가? 우리를 함께 묶어 주는 "우리", 그 공간은 우리로 하여금 아무것도 아니게 만드는 공간이지 않는가? 인간에게 너무도 강력한 그 무엇, 우리가 전혀 알 수 없는 너무도 거대한 행복인가? 어쩌면 그는 모든 행복한 사람 곁에서 숨 쉬도록 허락받은 자, 욕망과 뒤섞인 호흡이 아니었을까? 어쩌면 그는 관계를 파괴하고 시간을 뒤섞는 순간에 스쳐 지나간 사람이 아니었을까? 어쩌면 그는 우리 중 누군가 뒤에 있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종말이 다가왔을 때 보이는 자, 평화와 우리에게 온 완벽한 휴식의 순간을 먹어 치우고, 우리를 헐벗게 하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아닌 우리가 자발적으로 그에게 동조한 건 그가 너무도 고독했고 가장 불행하며, 동료들 중 가장 가난해서인가? 어쩌면 그는 '나 자신'뿐일지도 모른다. 오래전부터 나 아닌 나, 열리기를 원치 않았지만, 내가 밀었고, 나를 밀어 넣은 관계.
(44~45p)
1.
그는 불확실성이자 무명자이다. '낮은 곳에서부터 서서히, 부드러운 고집'으로 상승하는 혼돈은 파악조차 되지 않는다. '산 채로 잡아들이는 덫'을 향한 미칠듯한 불안. 텅 빈 하늘과 깊은 심연은 스러지며, 서로를 향해 침윤한다. 명명할 수 조차 없는 압도적 절망. 보호되어야 마땅한 것은 소리 없이 지워진다. '우리로 하여금 아무것도 아니게 만드는 '격앙된 침묵. 서늘한 부재는 장소 없는 장소에 가득하다.
2.
'종말이 다가왔을 때 보이는 자'는 이미 도착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곳은 무엇이며 우리의 의미는? 나는 묻는다. 왜 그녀를 사랑했을까? 그의 연약함, 고독과 불행을 통해 '나 자신'을 투영한 것일까? 비어있는 시간 사이로 흐르는 차가운 눈물. 모조리 내버려진 장소는 '휴식을 먹어치워 버리는' 잔인한 얼굴이다.
오래전부터 나 아닌 그녀를 사랑해 온 것 같다. 그토록 열리기를 원했으나 닫혀버린 장소. 절대적 장소를 향한 '돌'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텅 빈 하늘은 어떤 것도 돌보지 않는다. 헐벗은 관계, 완벽한 휴식의 끝, '내가 밀었고, 나를 밀어 넣은 관계'안에서 나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 될 뿐이다. 가장 강렬한 결합은, 우리를 계속해서 갈라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