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나에게 좀 더 직접적으로 말했다. 그것은 마치 내게 기준점들을 부여하는 것 같았다. 내가 별 관심을 갖지 않는 문장들, 차갑고 부동적이어서 떨어져 나가 고립되고, 낯선 척박함을 지닌 문장들을 말이다. 그것은 마치 그 자신과 일치되기 원할 시점에 자기 자신을 기억하게 만드는 고유한 기억의 씨앗들을 내게 파종하려는 것과 같았다.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것은 꿈쩍도 하지 않는 말들이다. 내게 무엇인가를 알려 주고 그 말들을 가볍게도 무겁게도 만드는 건 이 부동성 때문인가? 어떤 사람에게는 매우 가벼운 말들이다. 그 말들이 왔다 가도록 내버려 두는 대신, 말들이 살아 움직일 생생한 공간도 없이 그 말들을 고정할 수밖에 없는 사람에겐 너무도 가벼웠다. 그는 내게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 그는 내가 거기 있는지도 모를뿐더러, 내가 그의 말을 듣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데, 나 자신이나 마찬가지인 자아를 제외한 모든 것을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지속적인 도래함으로 인한 놀라움을 통해 알고, 구별할 뿐이었다. 그는 어쩌면 눈먼 신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나를 모르고 나는 그를 모른다. 그것이 바로 그가 내게 말을 걸고, 우리가 말하는 것만 말하는 수많은 타자 한가운데 그의 말을 던지는 이유다. 우리를 보호하는 이중의 무지 밑에서, 그의 존재를 너무나 확실하고 너무나 의심스럽게 만드는 가벼운 더듬거림과 함께.
어쩌면 이 대화 역시 서로를 찾고 끊임없이 부르다 단 한 번밖에 만나지 못하는 단어들의 주기적인 회귀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도 모두 그 속에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부재성은 우리를 헐벗게 만드는 단 하나의 비밀이다.
(45~46p)
1.
무한한 대화는 망각하는 수레바퀴이다. 단 한 번의 존재 사건, 잊힐 수 없는 마주침에도 우리는 멀어져 간다. 텅 빈 하늘 아래, '가벼운 더듬거림'은 슬픈 얼굴을 하고 있다. '이중의 무지'는 나를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말. '너무도 의심스럽고, 확실한' 기준은 끔찍이도 차갑다. '낯선 척박함'은 잔인한 변명일 뿐이며, '기억의 씨앗'에게 봄은 오지 않는다.
2.
'눈먼 신'은 파종된 씨앗을 내버려 둔다. '꿈쩍도 하지 않는 말'은, 내가 듣고 있는지도 알지 못한다. '떨어져 나가, 고립'되어버린 너무도 가벼운 존재.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과 일치되기 원할' 가능성을 소망한다. '주기적인 회귀'는 단 한 번의 가능성이며. 반드시 도래할 사건이기에. 비록 그의 부재가 나를 '헐벗게' 만들지라도 오직 그곳을 향할 뿐이다. 텅 빈 하늘 어디론가 불어 드는 망각의 바람. 기다림 속의 기억. 그의 부재는 '가볍게도, 무겁게도 만드는 부동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