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인간」 모리스 블랑쇼 읽기(44)
1.
'피곤한 고통'은 매우 위험하며 '재발'한다. 죽는 것만큼 견딜 수 없는 하염없는 기다림. '어떤 변화'는 전혀 다른 가능성이자, '두려움으로 인한 오싹함'이다. 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어둠 속으로 사라지기도 어려운, 끔찍한 '통보'. 공간은 한없이 '좁아지고 검게' 변한다. '걷잡을 수 없는 어둠의 힘'은 '몸서리치는' 통각을 열어젖힌다. 순식간에 덮쳐오는 '검은 하늘'.
2.
두려움으로 인한 '오싹함'은 나를 짓누른다. 도저히 중심을 잡을 수조차 없는 '현기증'. 단 한 번뿐인 '인생'은 이상한 물음을 '강요' 받는다. 그곳을 향한 몰락? 아모르파티? 어떤 후회도 없이 포기할 수 없음에도, 도저히 포기되지 않는다. '무한 속으로 사라지며, 무한히 다가오는' 기이한 '한기'. '신비롭고 살아있는 소음'은 바깥에서 온 '욕망의 사유'일 뿐이다. '견딜 수 없는' 고통은 '죽음'보다 강할 수 있다는, 어떤 믿음.
비천의 사유, 이미 이 고통에 의해 태어난 이 피곤한 고통의 사유, 나를 거기서 벗어나게 할, 그를, 그녀 역시 벗어나게 하고픈 욕망의 사유. 아주 오래전에, 그녀는 넌지시 알려 주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말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고 그녀를 되돌릴 만한 아무런 방법도 강구하지 않았다. 그저 상황이 좋아질 거라는 속내 이야기만을 떠올리면서. 그녀는 저녁 시간이면 나가서 잔디밭을 산책하고 싶어 했다. 위생 때문에 출입이 금지된 넓은 주방을 거쳐 그녀는 나를 정원으로 이끌었다. 거기엔 이미 눈이 조금 왔지만 하늘에는 더 내릴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바로 거기서, 나는 공간이 얼마나 좁고 검어질 수 있는지, 무한 속으로 사라지면서도 우리에게 무한하게 다가오는지 알게 되었다. "하늘이 얼마나 검은지 보세요." 한기와 틀림없이 두려움으로 인한 오싹함, ㅡ 그녀는 언제나 나에게 저녁에 외출하기 두렵다고 말했었다. ㅡ 그녀에게 검은 하늘을 보여주려는 나의 강요에 그녀는 혼란을 느꼈다. 그래서 나는 주방에 필요한 활어 수조 저수탱크까지 그녀를 데려갔다. 우리는 둘 다 거기에 머물렀다.
사위는 너무나 고요했고 물 흐르는 소리밖에는 들리지 않았다. 그 소리는 신비롭고 살아 있는 소음이었는데, 우리의 등장으로 놀란 물고기들의 혼란스러운 동요까지도 느껴지는 소음이었다. 그녀의 기분이 꽤 빠르게 회복되어 일어나려 했으나, 다시금 그녀는 현기증이 와서 급작스러운 두통을 호소했다. 우리가 있는 그곳에는 좀 더 눈이 두텁게 쌓여 있었다. 그녀가 나에게 말했다. "맨발로 눈 속을 밟으면 좀 나아질지도 몰라요. 저를 좀 도와주세요." 나는 그녀의 양말을 벗기고 그녀에게서 떨어져서 땅 위로 미끄러뜨렸다.
그리고 조그맣게 눈을 담아 그녀의 발 위에 끼얹어 눈 속에 파묻히게 했다. 내 쪽으로 다리를 향한 채로 그녀는 가만히 있다가 이렇게 말을 했다. "우리는 이제 집으로 돌아갈 수는 없겠네요" ㅡ "그러길 원해요?" ㅡ "네, 지금은요." ㅡ "그럼 우리는 어디로 갈까요" ㅡ "당신이 원하는 곳으로." 건물은 거기서부터 몇 발자국 떨어져 있었는데 건물 그림자에 묻혀 그녀가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걷잡을 수 없는 어둠의 힘을 만들어 냈다. 좀 더 낮은 층에서는 희미하게 빛을 내보였으나 높이 올라가자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나는 어떤 변화를 감지했는데 이 말들은 그녀에게 통보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모든 것을 일절 후회 없이 포기할 준비가 되었을까? "네." ㅡ "하지만 당신의 삶 대부분은 거기서 보냈어요." ㅡ "제 전 생애지만 겨우 한 인생일 뿐인걸요."
나는 그녀에게 언젠간 그녀가 그것을 견딜 수 없을지도 모르고, 만일 그토록 특수한 조건들 속에서 사는 데 익숙해지면 매우 위험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당신 말은 그러니까 제가 재발할 거라는 거죠?" ㅡ "네 아마도." 그녀는 잠시 곰곰이 생각했다. "죽는 건,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고통은, 아녜요. 저는 고통을 견딜 수 없어요." ㅡ "고통스러운 게 두렵나요?" 그녀는 몸서리를 쳤다. "두렵지 않지만 견딜 수는 없어요. 그럴 수 없어요."
(80~81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