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절 속에서 우리가 되는 시간

「최후의 인간」 모리스 블랑쇼 읽기(48)

by 김요섭



1.

'그토록 먼 거리'에 있는 이는, '거리'를 통해 가까워진다. 급격한 심도의 차이, 푼크툼이 어른거리는 심연은 상처의 시차를 토해낸다. 서로를 향한 수직적 욕망 너머, 일그러진 에로스. 기괴한 동질감은 결코 동일자의 욕구가 아니다. 어떠한 '거짓 없이 서로를 말하는', 오직 '그 순간'으로의 완벽한 회귀. '그 밤'은 '단절'속에서 우리가 되는 시간이다.


2.

'오로지 그곳'은 '그녀를 만졌던 그 밤의 순간'이다. 나 자신에게서 '되찾는 가장 훌륭한 속성'이자, '그녀를 부여잡아야만' 얻을 수 있는 낯선 환희. 그러나 명증을 요구하는 '빛'은, 거리를 없앤다. 그녀로 하여금 바깥으로 '튀어나가게'하는 전체성. 완벽한 '절망'은 꿈속에서마저 '그녀의 육체의 이미지'를 앗아간다. 모든 '무질서'가 닫힌 완전한 고립, '흐느낌으로 뒤죽박죽 된 내밀함'은 '소멸'되지 않을 뿐이다.




그렇긴 하지만, 거기에 이르는 것이 나에겐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내가 그날을 생각하기 위해서는 그 밤을 상기하는 수밖에 없다. 그녀가 나로부터 그토록 먼 거리에 있기를 바랐던 그 밤을. 그 거리는 떨어져 나가기엔 충분해 보이지 않은 단절을 그녀에게 놓아두어서, 오히려 반대로 가깝게 있어야 할 것 같았다. 머뭇거림 없이, 우리에게 이를 수 있고 거짓 없이 서로 말할 수 있는 곳은 오로지 그곳이라고 확신하면서. 이런 유의 거리 속에서 나는 그녀가 결코 나를 소멸시키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다. 그뿐만 아니라 나 역시, 그에 따라, 합의가 어려워도 그녀를 파고들 것이다. 그녀에게 부담 주고 그녀를 찾아내는 행위를 포기할 수 있을까?


심지어는 그녀의 졸음을 뚫고, 그녀가 몸을 피하고 있는 침묵 속에서조차 그녀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그러한 방식을 나는 자주 자책했다. 내가 그녀를 만졌던 그 밤의 순간 밖으로, 그녀를 튀어 나가게 하는 급작스러운 공포 속엔 절망스러운 것이 있다고 느꼈다. 내가 그 순간으로 돌아갈 때마다 나 자신에게서 언제나 되찾는 것은 이런 움직임의 가장 훌륭한 속성이자, 내가 그녀를 부여잡아야만 가질 수 있었던 즐거움의 감정이었다. 그녀의 무질서를 꺼뜨리고, 그녀의 눈물을 느끼기 위한 빛 때문에 꿈속에서 그녀의 육체는 이미지가 아니라 흐느낌으로 뒤죽박죽 된 내밀함으로 나타났다.

(86~8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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