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인간」 모리스 블랑쇼 읽기(47)
1.
낯선 '말'이 '건립'되자마자, '본능적인 운동'이 그녀를 '해방'시킨다. 알 수 없는 '빛'이 비치는 곳은 '우리 사이'의 열린 장소. '거의 윤곽이 없는 추함'은 '내가 열정적으로 어루만지고 싶었던 얼굴'이다. 쉽게 손을 대려는 순간, '고집스럽게' 고개를 돌리는 '아슬아슬한 조심성'. 그녀로부터 솟아오른 '단어'는 다시금 우리를 갈라놓는다. '언제나 거리를 두고' 머무르는 푼크툼의 흔적.
2.
우리가 함께했던 시간은 내 안의 다른 이의 모습으로 융기한다. '그를 보러 가야 한다'는 그녀의 갑작스러운 요구. 도저히 가까워질 수 없는 '냉담함'은 '가녀린 얼굴' 밑에 숨겨진 '날카로움'이다. 오직 '묻지 않음으로', '똑같은 거절'을 나눠가질 뿐인, 어떤 망각. 더 이상 갈라짐이 없는, '내가 오래전부터 기다렸던 말'은 더욱 뒤로 물러난다. 도저히 '알게 될 수 없을 무언가'에게 다가가는 또 다른 '용기'.
이 단어는 많은 것을 말해 준다. 내가 한 번 더 우리 사이의 공간을 열기를 바랐었던 것은 이 단어의 빛이 비치는 곳에서였다. 저녁마다 그 말들이 그녀로부터 솟아올라, 그녀를 해방시키고 나면, 그녀는 매끄럽고, 거의 윤곽이 없는 추함에 가까운 얼굴로 언제나 거리를 두고 머물렀다. 그런데 이 얼굴은 내가 열정적으로 어루만지고 싶었던 얼굴이었다. 바로 그 순간이 다가오자마자 나는 재빨리, 매우 부드럽게, 그녀의 얼굴에 손을 대려 했는데, 그녀는 얼굴을 돌리며 고집스럽게 고개를 내리깔았다. 이 아슬아슬한 조심성은 그녀의 외모에 생기를 불어넣는 것이었는데, 그것은 그녀의 태도를 변질시키지 않고 평소 행동에 그대로 묻어 나오는 것처럼 보였다.
내가 그런 점을 불평이라도 할라치면, 그녀는 나의 냉담함이 투영된 것이라고만 여길뿐이었다. 내가 그녀가 했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다. 나는 그녀의 말을 거부하지도 수용하지도 않았다. 나는 의심하지 않았다. ㅡ 다만 내 안에서 날카로운 그들의 모습이 진동함을 느끼고 있었다. ㅡ 그 지점에서 우리가 함께 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녀가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리는 데 필요한 건 가벼운 용기뿐이었다. "당신은 그를 보러 가야 해요."라는 내가 오래전부터 기다렸던 말을.
말이 우리 사이에 건립되자마자, 그 말은 우리를 완전히 갈라놓을 뻔했다. 내 차례에 와서 이야기를 이렇게 결론지어서는 안 되는 것일까? 그녀는 이미 거기에 있었다고, 어쩌면 지나치듯이, 어쩌면 허물없이. 그녀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는데, 내가 가끔씩 그걸 생각하거나 바랐다면, 그것은 결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그래 본 것이다. 그런데 그녀는 대체 어떻게 그러한 것을 불문에 부칠 수 있었을까? 어떻게 그것을 가녀린 얼굴 밑에 숨길 수 있었을까? 틀림없이, 나는 그녀에게 물어보지 못했고 그녀에게 물어보길 원치 않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질문은 우리 사이에서 자리를 찾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녀가 이 행보를 마치는 중이 아니라, 마쳤을지도 모른다고 단정 지어야 했다. 왜냐하면 그녀는 마치기를 거절당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녀는 끝에 이른다 해도 알게 될 수 없을 무언가를 깨닫게 되었다. 그녀 자신의 것이었던 본능적인 운동이 그녀를 거기에 가져다 놓았을지도 모르는 것처럼. 마찬가지로, 그녀는 나에게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거부했을 것이다. 나 역시 그것을 묻지 않음으로써, 똑같은 거절을 그녀와 공유하게 되었다. 하지만 만약 내가 그녀에게 그것을 물어볼 기회를 찾는 데 성공했더라면 그녀는 곧장 가장 솔직하게 대답해 주었을 것이라고 느꼈다. 그러니까 모든 것은 나에게, 내 질문에 달린 일이었다.
(85~86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