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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요섭 Nov 25. 2022

원래의 그가 아님, 그 자체인 것

「나를 만지지 마라」 몸의 들림에 관한 에세이, 장 뤽 낭시 읽기(12)



1.

 그의 내부에서 일어난 기이한 '변성'. '동일자 아닌 동일자'는 '양상과 외양이 분열'된 얼굴 없는 얼굴이다. '죽음의 흔적을 가장 격렬히 보유'한 끔찍한 나타남. 기괴한 점은 '몸 안에 파묻힌' 몸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현존 위에 새겨진 떠남'. '부활'은 비로소 '그 자신이 아닌 채로 그 자신'이 된다. '자신의 근본적인 변성'이며, '부재'인. 


2.

 이해되지 못하는 것을 참지 못하는 성급함은 '알고 있는 것을' 알아볼 뿐이다. 언제든지 '다른 대체물'로 시선을 돌리는 일은 신앙이 될 수 없기에. 피 묻은 얼굴은 다른 '믿음'을 요구한다. 도저히 '알아보기 어려운' 모습으로 이해받기 원하는, 그가 아닌 그의 낯선 요구. 죽은 이는 '어떻게 된 영문이지 모르는 채' 어떤 '확신'을 원할 뿐이다.


3.

 결코 '알지 못하는 것에 신뢰를 보내는' 불가능한 사랑. 오직 타자성 안에만 머무르는 것을 향해. 그녀의 손길은 다가간다. 버려지고 찢긴 채로 환대할 때만 가능한 기이한 어루만짐. 텅 빈 무덤 속, 어떤 '들림'은 시작된다. 가장 낮은 자의 형상을 입은 이에게 도착한 지극히 높음. '원래의 그가 아님, 그 자체'인. 절대적으로 낯선 단 한 점은 비로소 떠나며 머무른다.  


(51~54p) 정원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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