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목소리를 향한 믿음
「나를 만지지 마라」 몸의 들림에 관한 에세이, 장 뤽 낭시 읽기(13)
1.
연약한 '손'이 그를 향해 '뻗어간다'. '닿을락 말락' 어루만지는 그녀는 '그의 현존의 무엇이라도 거두려'한다. 피 묻은 '손'은 그곳을 향한 '기호이자 표지'. 도저히 닿을 길 없는 거리는 오직 멀어짐 속에 있을 뿐이다. 하늘을 향한 손과 그녀를 '멈춰 세우는' 손. 그는 그녀를 향해 '축복'하며, 동시에 떠난다. '어둠과 빛'처럼 멀어져 가는 우리 사이. 진리는, '서로 간에 지켜질 약속'을 촉수처럼 뻗는다.
2.
'사실 확인'이나 '계산'없는 '믿음'은 온전한 환대의 가능성이다. 그녀에게 '건네는 말'에, '응답'하는 단독성. '그녀를 부르는 이'는, '어떤 다른 이'도 부르지 않는다. 목소리를 향한 믿음 속에 '뿌리'를 두는 낯선 '공명'은 비로소 '자신에게 던져진 말'임을 받든다. 오직 그가 '떠난다는' 고지 속에서만 진실인, 온통 역설로 점철된 '진리에 대한 응답'은, '진리와 함께' 떠날 뿐이다.
(54~61p) 정원지기 / 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