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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요섭 Dec 08. 2022

신성 안에서 거룩한 '비움'

「나를 만지지 마라」 몸의 들림에 관한 에세이, 장 뤽 낭시 읽기(15)



1.

 '무'에서 '새로운 출발'은 영원회귀의 가능성이다. '죽음 안에서도 생명'이 되는, 언제나 지속하는 존재. 그는 '스스로 알지 못한 채' 기이한 계시를 받든다. '아모르파티', '바닥 없는 바닥'까지 몰락한 자의 기괴한 긍정. '죽은 자는 죽었으나', 타자 안에서 '함께 존재'한다는 믿음은 '절대적 출발'을 시작한다. '어떤 확정된 목적지를 향함' 없이, '끊임없이 앞으로 나가는'. 서늘한 열정은 심연의 끝단에서도 '생명의 탄생'을 바라보게 한다.


2.

 신성 앞에 '죽음'은 더 이상 '생명의 멈춤'이 아니다. '부정한 삶'이라 비난받는 것은 말인들의 풍습에 따르지 않는 새로운 '생명'을 얻는 일이기에. 차가운 용기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 부분'을 '선택'하는 일이다. '손수 세상이 되어주시기' 위해 '몰락'한 '생명' 그 자체를 향한. 신성 안에서의 거룩한 '죽음'은 곧 '절대적 출발'이다. 텅 빈 무덤이 있는 '비움'이자, 여기가 아닌 오직 그곳.


(67~71p) 막달라 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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