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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요섭 Dec 14. 2022

오직 어둠 안에서 눈을 여는 사랑

「나를 만지지 마라」 몸의 들림에 관한 에세이, 장 뤽 낭시 읽기(16)



1.

 가장 낮은 자의 '도유(導油)', 세상의 조롱을 받는 이로부터 '기묘한 축복'을 받는 지극히 높음. '향유'는 그의 '떠남'을 예비하는 상징이다. 향기로운 어루만짐을 통해 '이미 이루어진' 진리 사건, '아나스타시스'. 극단적 시차를 담지한 몸은, 죽음을 통한 부활을 앞두고 있기에. 텅 빈 무덤은 어떤 언어로도 형언할 수 없는 '성스런 향취'가 가득하다. 오직 비어있음으로 '무덤의 진실'을 지키는, 어떤 '들림'. 


2.

 '부재를 지키고 있는' 이들의 아름다운 '현존'. '느껴질 수 없고, 돌이킬 수 없는' 죽음 안에 밴 '향기'는 더 이상 시취일 수만은 없다. 지금 이곳, 오직 부활의 '영광'에 가득 찬 어떤 텅 빔. 극단적 시차를 담은 '죽음' 속에서 다시금 '삶'은 통과된다. 어느 한쪽이 다른 것의 수단일 수 없는 '성스러움'. 울타리를 공유하지 않는 '진리'는 매개 없이 교통 할 뿐이다. '절대적 귀결'의 부재. '만질 수도, 내버려 두지도 않는', 오직 '어둠 안에서 눈을 여는' 사랑. 죽음에 '포박'당한 채, '느끼는' 절대적으로 다른 '봄'.


(71~76p) 막달라 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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