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요섭 Dec 21. 2022

모든 아름다움이 빛을 잃는 진리 사건

「나를 만지지 마라」 몸의 들림에 관한 에세이, 장 뤽 낭시 읽기(17)



1.

 '멀어지는 만짐', 그곳에서 홀로 배제되는 비참함 속에 '기다리는', 계속되는 망각. 헤테로토피아를 향한 사랑은 '가장 고결한' 애무이다. '삶'이 곧 '죽음'과 만나고, '무거움'이 '가벼움'을 통과하는, 기이한 연리지. 진리는 '결합'하나, 결코 '뒤섞이지' 않는다. 엄격한 나눔 가운데 완벽한 합일. 전존재를 흔드는 전율은 완성의 순간 사라져 간다. '접촉'과 '철회'를 하나로 만드는, 도무지 확정할 수 없는 단 하나의 점. '그녀의 낙담'은 곧 그의 확실성이 된다. 무한한 광휘로 뒤덮인 지극히 높음. 모든 아름다움이 빛을 잃는 진리 사건.


2.

 캄캄한 '어둠'을 통과한 '영광'은 그녀에게 도착했다. '성스러운' 순간은 무한한 떨림. 한 없는 낮음은 무한한 신성을 향해 엎드려 경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오래 머물지 않는다. '오직 떠남' 뿐인 사랑은 '들림'을 낳는다. 완벽한 '포기'는 그곳을 향한 끝 간 데 없는 사랑. '오직 냉랭할 뿐인 향기'는 곧 그의 부재이며, 내던져진 그녀의 '낙담'이다. 사랑과 '포기', '애무'와 '흠모'의 불가능한 '동시성'은 무한자의 '들림'을 기원한다. 극단까지 이른 사랑이자, 그곳에서 멈춰버린 기억. '새하얀 석관'은 그곳의 유일무이한 흔적이자, 완전한 '포기'의 장소가 아닐까.


(76~77p) 막달라 마리아

매거진의 이전글 오직 어둠 안에서 눈을 여는 사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