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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요섭 Jan 04. 2023

가장 오래된 이름, 무명

「나를 만지지 마라」 몸의 들림에 관한 에세이, 장 뤽 낭시 읽기(20)



1.

 '참된 삶'은 새로운 몸을 갖는다. '눈부신 텅 빔'을 볼 수 있는 눈, '아무 냄새도 나지 않음'을 맡는 코. 침묵을 듣는 귀는 누구보다 먼저 '부활' 소식을 듣는다. '모든 의미화'를 떼놓는 호명. 참된 삶도 없는 실존이며, 무엇보다 고유한 '개별성'이다. 비로소 텅 빔 가운데 다시 사는 어떤 삶. 죽음을 명명하지 않은 '작별인사'는 각자성의 아나스타시스가 아닐까. 


2.

 '집착, 안전, 확증, 맹신'으로부터의 탈주는 '불-신앙'의 기억이다. 이상한 '포기'는 오직 신앙이 아닌 것에 확고히 머무르며, 진정한 믿음에 다가선다. '의미에 닿지 못하며', 진리에 정박하는 기이한 항해. '접안'조차 할 수 없는 항구는 신성한 빛으로 뒤덮였다. 어떠한 봄도 허락하지 않는 '눈 안의 화상'. 최후의 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성의 광휘를 본다.


3.
 텅 빈 진리는 오래 머물지 않는다. 충실한 '떠남'만이 비로소 '출발'안에 남기에. 영원회귀의 이름은 '포착'도 '전취'도 없는 끝없는 수레바퀴일 뿐이다. 아모르파티라고 부르며 다시 아니라고 말하는. 가장 오래된 이름은 무명자이며, '언제나 떠나고 있는' 심연으로부터 '발송'되는 진리 사건이다. 


(83~84p) 나를 만지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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