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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요섭 Feb 01. 2023

섬광 같은 순간을 기다리는 집요한 셔터

「내면의 침묵」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이 찍은 시대의 초상 읽기(2)



1.

 '찍히는 사실을 아는 것'은 '진실'에 가닿을 수 없다. 뻣뻣하게 굳어버린 포즈. 어떤 인식은 '초상'을 평범하게 만든다. 렌즈를 '겨누기' 전부터, 시작된 '허위적 상황'. 이미 '잡혀버린 그림자'는 '중립적 영도'라 착각할 뿐이다. 성급한 이웃사랑을 낳을 뿐인, 이상한 '결투'. 너무 쉽게 포기를 선언한 몸은 결코 본래적 실존에 닿지 못한다.


2.

 '어떤 닮음'은 오직 '한 순간'을 '포착'한다. '영원히 고정'시키는 것과 맞서는, 낯선 '시선. 집요한 셔터는 '섬광 같은 순간'을 기다린다. '무는 모기'의 무례함과 '정중한 방문'이 공존하는 기이한 형태. 볼 수 없는 이미지를 발견하는 서늘한 열정은 계속할 수 없지만, 계속할 뿐이다. 얼굴 없는 '초상들의 시선', 심연의 눈은 느리게 우리를 들여다본다. 볼 수 없는 채로 모든 것을 붙잡는, 어떤 눈동자. 비로소 드러나는 '정지된' 얼굴은 무한히 유동하는 움직임 속에 머문다. 오직 '그 자신'을 포착하는, '타자의 시선'에 응답한 봄.


(9~11p) '침묵들', 아녜스 시르(Agnes S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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