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중심으로도 모이지 않는 기이한 점

「비밀의 취향」 자크 데리다, 마우리치오 페라리스 대담 읽기(3)

by 김요섭



1.

'아디키아(adikia)'적 어긋남은 탈구된 사태. '이음매'에서 빠져있음은 동일자로 회귀되지 않는 '시간'이다. 그러나 '자기 자신으로부터 빠져나온', 무화된 주체의 정처 없음은 어찌할 바를 알지 못한다. 첫 번째 존재 사건이 그곳으로의 도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에. '경첩에서 빠진 시간'은 진리를 향한 머나먼 여정의 시작점일 뿐이다. 본래적 실존의 맹아(萌芽)적 형식, 낯선 가능태.


2.

하이데거는 현존재에게 빠져있는 '디케(dike)적 질서를 어떻게 되찾을 수 있을지 고민한다. '이음매'가 없는 경첩. 그 역도 가능한, 어떤 장소도 부재하는 공간. 여행자가 도달하고자 하는 '그곳'은 모순된 장소성을 지닌다. 어떤 중심으로도 모이지 않는 기이한 '맞춰짐'. 단 한 번의 확실한 체결은 '아디키아' 가운데, 결정적으로 도착한다. 볼 수 없으나 모든 것을 보는, 정의의 이름. 무명자는 눈을 감고 있을 뿐이다.


(15~1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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