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취향」 자크 데리다, 마우리치오 페라리스 대담 읽기(14)
1.
'서명할 수 없는' 작품은 '완수'될 수 없는 텍스트이다. 아버지이나 아비일 수 없는, '불가능한 부성'. 아이러니 속에 있는 어떤 관계는 '책임'질 수 없기에, 책임질 수 있다. '서명자'가 사라진 후에도 존속할 어떤 무한성. '자식'이 '전적으로 홀로 말할 수 있음'을 체험하는 '불일치'는, '비고유성' 끝단까지 밀고 나간다. '탈구'와 '비완수' 안에 도착하는 '기쁨의 극치'. '부성성'의 '부정합적 면모'는 비로소 고유한 순간을 만난다.
2.
완수되지 않았기에 이어나갈 수 있는 '급작스러운 충동'. '이해'되지 않기를 원하는 '역설적 욕망'은 독수리처럼 솟구친다. '오해와 몰이해' 안에서만 비축되는 '장래(將來)'. 이상한 시차 속에서 초과된 '과잉'은 새로운 '기회'를 얻는다. 텍스트를 현재에 가둘 뿐인 '투명한 이해', 너머. '전유될 수 없는' 낯선 것은 쓰고자 하는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노마드적 '유희'와 계속해서 떠나는 '비규정성' 안에 머무르며. 돌이킬 수 없는 '장래'를 향해 내맡겨지는.
(54~59p) 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