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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책성의 정초 위에 있는 어떤 공동체

「비밀의 취향」 자크 데리다, 마우리치오 페라리스 대담 읽기(13)

by 김요섭



1.

표현의 자유는 '미디어의 일방적 소통'을 감추는 환상이다. 정의의 이름을 앞세운 '법'의 작용 역시 누군가의 '권리'를 짓누르고 서있을 뿐. 어떤 '응답권'은 평범한 민주주의에는 여전히 부재한다. 유책성을 찾을 길 없는 환상 속의 공동체. 누군가의 격렬한 희생과 은폐된 피의 진실 위를 배회하는, 이상한 망각 속의 대중. 무책임한 현실은 우리의 책임 아래 운영되고 있다는, 피상적 관념하에 있다.

그러나 '응답의 의무'가 없는 어떤 민주주의는 결단코 불가능할 뿐이다. '공적 공간'은 '호명'과 '응답'이 이루어지는 장이며, 오직 유책성의 '정초' 위에서만 성립할 수 있기에.


2.

정주하는 전체성의 소멸. '바틀비'적인 '~하지 않기를 선호'하는 일은 '죽음'과 연결된다. 비로소 시작되는 '독특'하기 위한 단 하나의 조건. '나는 가족에 속하지 않는다'라는 말은, '나는 진정으로 가족이 되길 원한다'라는 의미로 변용된다. 계속해서 '타자'이기 위한 '수행'이자, '앙가주망'. '귀속'의 욕망은, 오직 '귀속되지 않아야만' 하기에. 가족이란 '결코 귀속될 수 없는 무언가이자, 항상 귀속되어 있는 무언가'가 아닐까.


(48~54p) 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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