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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요섭 May 23. 2023

오직, 미래의 당신을 기다릴 뿐인

블라디미르 장켈레비치,「죽음에 대하여」 읽기(15)



1.

  '재현 불가능한' 경험은 불안으로 이행한다. '최초'와 '최후'를 동시에 겪는. '완전히 다른 질서'는 단 한 번만 지나갈 수 있기에, '아무것도 아닌 것'을 향해 있다. 극단적 '변형(transformation)'이자, 그것 바깥에 머무를 뿐인. '형태'의 '부재'로 바뀌는 텅 빈 '무(無)'는, 인식을 거부한다. 


2.

  '다름'은 '같음'을 전제하기에, 결코 죽음을 표현할 수 없다. 울타리를 공유하는 '질서'안의 개념일 수밖에 없는. 그러나, 절대적 다름은 '어떠한 지표'도 없으며, '그 무엇도 가리키지' 않는다. 불안을 덜어주는 종교가 결코 말해주지 않는. 영원한 부재는 '어느 때보다' 무한히 먼 곳으로 향해 있다.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이행하는, '끝없는 이어짐'. '바깥이 없는 창문'은, 오직 미래의 당신을 기다릴 뿐이다. 


(129~13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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