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감에 대하여」 장 아메리, '저항과 체념 사이에서' 읽기(3)
1.
시간을 '공간'으로 파악하는 '젊음'. 펼쳐질 '세계'를 자기 '앞에 두는' 인식은, '할 수 있음'의 무대가 된다. 그러나 전혀 다른, 어떤 '시간'은 존재자의 등 뒤에 덩그러니 놓여있다. 덩어리로 묶인 채, '생기를 잃은'. 연속된 흐름으로 불어나는 무의미는, 더욱 그를 '짓누른다'. 끔찍한 미궁에 빠진 존재의 슬픔. 어쩌면 무(無)를 향한 시간만 늘어나고 있는 건 아닌지. 서늘함만 남은 계절은 그곳을 향한 기투(企投)를 불가능하게 할 뿐이다. 돌이킬 수 없음에 '집어삼켜'지는, 모든 '직선'.
2.
어떤 질서도 사유될 수 없음은 우리가 맞닥뜨릴 시간이다. 주체의 시간성으로는 아무것도 찾을 길 없는, 너무 오래된 미래. '직선'의 인식을 거부하는 낯선 흐름은 리좀처럼 얽힌 채 물러나있을 뿐이다. 오직 헤테로토피아로 존재할 뿐인, 곡선의 움직임으로 뒤엉킨 장소. '특정한 맥락'에서 말할 수 있는 '지금'은, 과거와 미래가 섭입 될 때 생성되는, 전혀 다른 '시간의 장'이다. 복수적 시간을 사는 모순 안에서 가능한, 희미한 빛. 그곳은 마지막 탈주를 꿈꾸는 '늙음'의 텅 빈 '지향'을 허락할 뿐이다.
(34~3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