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칼에 잘린, 절단면의 우스꽝스러운 노출
앙리 베르그송「웃음」 희극적인 것의 의미에 대하여, 읽기(11)
1.
희극적인 것은 먼저 물러난 채로 '잠복'해있다. 껍데기의 '경직성'에 싸인, 장소 없는 장소. 이상한 '주의'는, '부동성'이 피부처럼 단단해져 있을 때 느닷없이 시작된다. 불통(不通)이 지닌 '우스운 구석'이 어둠 속에서 끌려 나오는. 날 선 결단은 '옷'과 '사람'을 구분하며, '감추고' 있는 것을 드러낸다. 단칼에 잘린, 절단면의 우스꽝스러운 노출. 참담한 존재의 '중단'사이, 또 다른 선홍색 피는 진득하게 흐른다.
2.
'알아차리게끔' 하는 웃음은 단절적이다. 이상한 '연속성'을 가르며, 극명하게 '대조'시키는 낯섦. 그러나 새로운 '계기'는, 결코 본래적 실존을 찾는 종착점일 수 없다. 가장(假裝)된 지배의 급작스러운 붕괴로 인해 벌어진. 희극적 순간은 일종의 슬랩스틱 코미디 같은 것일 수 있다. 다만 그것이 시작되게 하는 존재 사이의 열림. 단속적 사건은 터무니없이 존재를 독점해 온 부당함을 고발할 뿐이다.
(56~58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