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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요섭 Feb 20. 2023

결코 귀환할 수 없는, 파멸의 음악

파스칼 키냐르 Pascal Quignard「부테스」 읽기(1)



1.

  어떤 음악은 '섬'에서 '발원된 목소리'이다. 나보다 먼저 물러나 있던 시간과 '동심원을 그리는 물결의 움직임'. '최초의 날' 이전의 소리는 '시제(時制)'를 벗어던진 채 솟아오른다. 시공간의 기이한 틈새. 시원의 음악은 '오르페우스'의 '키타라' 연주도 소용없게 만든다. 선원들의 생존을 위한 '노의 속도'와 다르지 않은 '리듬'. 정주하기 위한 '대립 선율'은 '오직 피크 소리'만 요란하게 울린다. 과연 '구원의 음악'은 '파멸의 음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2.

  '느닷없는' 순간, 그가 '노'를 놓아버린다. 끔찍한 파멸의 소리를 향해, '오직 부테스만이 바다로 뛰어든다.' 결코 '귀환'할 수 없는, 단 한 번의 힘찬 도약. 끝 간 데 없는 욕망은 '노래 중인 해변'을 향해 헤엄쳐간다.


3.

  순식간에 벌어진 사건을 애정 어린 눈으로 지켜보던 '아프로디테'. 극단까지 이른 유한성의 폭발을 지연시키기 위해,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자처한다. 그러나 이미 시작된 초인은 여신의 품 안에서도 잠잠해질 기미가 없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존재가 된 부테스. '큐프리스'도 어찌할 수 없는 과단성은 오히려 그녀마저 꿰뚫고 만다. 오직 바다의 '거품' 안으로 영원히 멀어져 갈 뿐인.


(7~1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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