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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요섭 Feb 27. 2023

자신이라는 돛대에 묶이지 않은, 절대적으로 낯선 지금

파스칼 키냐르 Pascal Quignard「부테스」 읽기(2)



1.

  '사회적 재생'으로는 닿을 수 없는 장소. 아프로디테의 '독점적 연정'을 초과한 '음악'은 느닷없이 시작된다. 시원의 장소로 향하게 하는, 마음을 뒤흔든 낯선 '역동성'. 여신의 사랑을 독차지하였으나, '베누스'마저 잊어버리게 하는 차가운 '욕망'은 끊임없이 계속된다. '고독한' 여정일 수밖에 없는, 어떤 '호출'. 과격한 '탐색'이기도 한, 부테스와 아도니스의 모험은 마침내 '바닷새'와 '멧돼지'를 만난다. 결코 환상일 수 없으며, 몽환의 어디쯤도 아닌. 구체적인 일상성 한가운데, 무엇보다 텅 빈 장소.


2. 

  오직 '경사(proclivitas)'와 '흐름(rhusis)'의 '순간'에만 출몰하는. 희미한 비존재. 키타라 소리로 덮어버리거나, 밀랍으로 틀어막은 귀는 결코 들을 수 없는. 가장 오래된 음악은 오직 당신을 부른다. 비움 없이, 결코 감각되지 않는, '길 잃은 본성(la perdue)'. 절대적으로 낯선 '지금'은 단지 자신이라는 돛대에 묶이지 않는다. 피어오르는 포말 사이를, 정처 없이 표류하는 어떤 아니마. 마침내, 바다 한가운데서 '오래된 짐승'의 심장박동 소리가 들린다. 당신이 상실한 최초의 장소이자, 끝내 다다르고 말.


(13~1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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