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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요섭 Mar 12. 2023

어떤 일체감도 고취될 수 없는, 임계부재

파스칼 키냐르 Pascal Quignard「부테스」 읽기(3)



1.

   '불분명하고, 연속된' 어떤 웅성거림. '분리되지 않은' 음악은, '소프라노' 톤을 가진 '여성의 세계'다. '변성기' 없는, 먼저 물러난 비밀의 서늘한 흔적.


  가장 오래된 음을 향해, 오직 '부테스'만이 뛰어든다. '노를 젓는 남성성'의 단조로움 너머. 여성적 악기라 명명된 현의, 시끄럽게 '긁어대는' 리듬으로부터 먼 바깥. 아득한 곳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어떤 '일체감'도 고취시키지 않는다. '파멸의 음악'이자, 피 묻은 아이의 첫울음 이기도 한. 전적으로 다른 시원적 리듬은 결코 '명령'될 수 없다. 단지 '능욕당하고(ebiesato) 마는' 박해받는 여성성, 그 자체로의 귀환. 


2.

  넘실거리는 파도 사이, 느닷없이 열린 어떤 '호출'. '세이렌'의 목소리는 오르페우스의 심연에 닿지 못한 채, 포말 어딘가로 흩어진다. 낯섦에 '맞서는', 오직 생존을 위한 움직임. '극도로 시끄럽게' 긁어대는 '피크'는, 결코 '파멸의 음'을 알지 못한다. 지금 여기밖에 없는 성급한 이웃사랑은, 그곳을 향한 도약을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기에. 모나드에 튕겨나가고 마는, 오래된 '짐승의 노랫소리'. 당신을 향한 '임계(臨界)의 부재'의 목소리는, 도착할 장소를 잃었다. 


(15~2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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