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곳적 음이 기억된 그곳

파스칼 키냐르 Pascal Quignard「부테스」 읽기(4)

1.

  '음악'은 '두려움' 너머에 있다. 모나드가 균열 난 주체의 피 묻은 틈새. 오직 '파멸'을 반복하는 소리는, '길을 잃을 줄' 안다. 극심한 '고통'에도 '기만'하지 않으며, 현존의 슬픔으로 바깥을 잃지 않는 용기. 원초적 '음악'의 거주 장소는 '언어'에 앞서 있다. 어떠한 '환영이나 몽상'일 수 없는. 심연의 '밑바닥'으로 '그저 뛰어내릴' 뿐인. '길 잃은 본성(la perdue)'이자, 태곳적 음이 기억된 그곳.

  Music exists beyond 'fear', in the cracks of a solid monad stained with the blood of a fractured subject. The sound that only repeats 'destruction' knows how to 'lose its way'. It has the courage not to deceive even in extreme 'pain', and it does not lose the outside world in the sadness of existence. The dwelling place of primitive 'music' exists before 'language', without any 'illusion or fantasy'. It is just a place where one can 'jump off' to the depths of the abyss. It is the 'lost nature (la perdue)' and the place where the primordial sound is remembered.

2.

  배음(倍音)이 완성시키는 어떤 음악. '슬픔의 세계' 끝까지 이어진 기이한 '리듬'은 우리가 '호흡'하기도 전에, '심장'에 연결된 감각이다. 도저히 '끊어질 수 없는' 사랑. 텅 빈 중심과 공명하기에 무한히 울릴 뿐인. 오랫동안 침잠해 있던 '노랫소리'는 다시 '솟아오른다'. '말들 이전'의 비존재의 엉뚱한 '귀환'. 결코 나누어질 수 없는, 비의식이자 깊은 심연은 다시 떨린다. '시간'보다, '언어'보다 앞선, '시원적 수하(誰何)'의 승화. '아무것도 재현'하지 않는 '오래된 통주저음(通奏低音)'의 지독한 울림.

  It is a music that is completed by overtone harmonics. The eerie 'rhythm' that continues to the end of the world of 'sadness' is a sensation that is connected to the 'heart' even before we 'breathe'. It is a love that can never be 'severed', endlessly resonating with the empty center. The long-dormant 'song' rises again. An absurd 'return of non-existence' before the words. The unconscious and deep abyss that can never be divided resonates again. The exaltation of 'Shi-won-jeok-suha (誰何)', which precedes 'time' and 'language'. The intense resonance of the 'old basso continuo' that does not 'reproduce anything'.

(20~23p)

* 수하(誰何) : 이름을 꼭 집어 말할 수 없는 어떤 사람

* 통주저음(通奏低音) : 17~18세기 유럽 음악에서, 건반 악기의 연주자가 주어진 저음 외에 즉흥적으로 화음을 곁들이면서 반주 성부를 완성시키는 기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