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요섭 Apr 16. 2023

조옮김이 불가능한, 음악 그 자체

파스칼 키냐르 Pascal Quignard「부테스」 읽기(7)



1.

  '시원(始原)의 춤'은 악보 너머에 있다. '트랜스' 상태로 이어진, 어떤 '이탈'. '기보'없이 흐르는 음악은 도저히 '앉아서 연주'되지 않는다. '몽환 상태'로의 전적인 초월. 전혀 이해되지 않는 소리는 어떤 순간, 무엇보다 납득된다. '불균형을 넘어서는 무엇'안에 머무는. '동시대'로 환원되지 않는 것은, '조옮김'이 불가능한 음악 그 자체다. 당신의 귀에 '불일치'할 수밖에 없는, '거의' 물고기이자, '거의' 새의 소리.


2.

  허약한 분리는, '물속'과 '대기'의 구분으로 시작된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올려진 세이렌. 끔찍한 난도질에 절단당하는 일리아(il y a)는 비명소리마저 없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토막덩어리. 본래 하나였던 기괴한 형태는, 종과 속의 엄격한 분류 형식에 갇힌다. 알코올 병에 깔끔하게 담겨 전시되는 공간. 새파란 얼굴, 꺾인 날개, 붉은 아가미는 필멸의 흔적으로 난도질당했다. 참혹한 분리와 초라한 파편들. 그러나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에도, 여전히 그곳에 없지 않은. 희미한 소리, 형태를 알 수도 없는 무엇. 분리된 자를 향한 미세한 움직임.


(34~37p)


매거진의 이전글 형상화된 꿈이자 공동의 무의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