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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요섭 Jun 04. 2023

오직 달의 운행만이 음악에 선행한다

파스칼 키냐르 Pascal Quignard「부테스」 읽기(13)



  "온갖 활동 가운데 음악이 가장 오래된 것이다. 오직 달의 운행만이 음악에 선행한다."_티마게네스


1.

  '벼락'은 느닷없이 곤두박질치는 '옛날'이다. 시커먼 하늘에서 내지르는 함성. 거대한 '짐승'의 거친 목소리는 '대지에 닿으려'할 뿐이다. '뇌우(雷雨)'라 명명하며, '천둥'이라고 말하기도 하는. 항상 자신으로부터 번개 같이 벗어나려는 '욕망'은, 가장 높은 곳에서 '뛰어내린다'. 극단적 시차를 품은 날 선 도약. 에로스의 시작은 무엇보다 아름답다.


2.

  시작된 존재보다 오랜, 모든 언어 이전의 소리. '선행'하는 '달의 운행'은 태곳적 짐승의 목소리를 간직하고 있다. 정주하는 '교양'의 장벽 너머, 초월적 장소에 머무는 어떤 '음들'. '예전상태(statu quo ante)'의 소리는 '역사'보다 먼저 있다. '도취'된 '자유'와 '모험'의 난입에 내맡겨진 '일시적 박동'. 무의식적 순간은 비로소 '강박적 반복'을 벗어난다.


(64~7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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