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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요섭 May 27. 2023

하늘을 흐르는 산으로의 다이빙

파스칼 키냐르 Pascal Quignard「부테스」 읽기(12)



1.

  '역행 불가능성'의 운동은 '도달하다'로 떠밀린다. 오직 지금 밖에 없는, '흐름(rhusis)'과 '경사(proclivitas)'의 순간. 존재자가 장악할 수 있는 것은 '행동의 원칙'이 아닌 시작, 그 자체뿐이다. 죽음으로 수직 낙하하는 다이빙이 아닌, '불가역성'을 향한 기이한 '촉진'. 그의 선택으로 인해, '시간'은 비로소 시간을 획득한다. '쾌락에서 사정(射精)'으로 모든 '긴장'을 붕괴시키는, 돌이킬 수 없는 파멸.


2.

  '밀어내기(la rhusis)'는 무엇보다 가까움이다. 현재의 어떤 순간보다 더 '현재적'인. 가장 오래된 '솟구침'은 예고도 없이 순식간에 '추락한다'. '자연(la Phusis)', 신성, 사랑, 아름다움의 존재형식과 맞닿는. 하늘로 흐르는 산은 우뚝 솟은 강을 휘돌아 나간다. 오직 모순과 역설 가운데만 자리를 잡는, 결코 회귀하지 않는 '다이빙'. 부테스가 뛰어든 바다는 '되돌려지지 않음'만 남은 텅 빈 유동이다. 


(60~6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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